야간 근무만 하다가 드디어 휴가 나왔는데

패턴이 바뀌어버려서 출발하는 날 새벽에 깨서 다시 잠이 안 왔어

두시간 정도 뒤척이다가 6시쯤에 그냥 씻으려고 나와서

면도도 깔끔하게 하고 따듯한 물로 긴장을 좀 풀었어

지하철을 타고 선임분이랑 햄부기 먹고

나는 우리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는데

30분 정도 더 가서 마지막 환승을 하는 중

창밖을 보니 내가 좋아했던 길이 재개발인지 뭔지 때문에 공사중이었어

알고는 있었지만 문득 슬퍼졌어

나 9월에 입대해서 이제 33퍼센트정도 한건데

조금 늦게 가긴 했지만 괜찮게 생각하고 있어

많이 힘들고 외롭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 있는 사람들은 다 좋기도 하고

열심히 했던 만큼 지금은 조금 편해져서

잘 적응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막막한건 어쩔 수 없어

사실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군대 오고 나니까 그 사람 생각만 계속 해

이제는 만날 수 없지만

짧은 추억들이 머리속이 가득 차있어

그 사람이 무대위에서 빛났던 순간이나

나에게 좋아하는 책을 줬던 일

눈오는 날 다리 위에서 내게 좋아한다고 말해줬던 날들등등

이제는 희미해 지려는데 억지로 붙잡고 있어

정말 많이 좋아했나봐

여전히 야간 근무 후유증인지 새벽에 잠이 깨버리고

머리는 아프고 심장이 빨리 뛰어

군대도 분명 좋은 곳으로 갔지만

아니 돌이켜보면 어딜 가도 좋은 인연이 많았지만

솔직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것 같아

사실은 많이 외로웠나봐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