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처럼(JORDANみて-に, 1989)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세번째 단편. 일본 농구 주니어국대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작품은 카멜레온 자일(カメレオンジェイル, 1990년) 단행본 2권에 수록되는 형식으로 공개됐다. 참고로 어느 정도 정보가 있는 카에데 퍼플과 하나쇼넨과는 달리, 이 작품은 정말로 아무런 정보가 없다. 잡지 투고용으로 그렸다가 빠꾸 먹고 묵였다는 설, 혹은 처음부터 카멜레온 자일에 넣기 위해 그렸다는 설 두가지가 존재한다.

당시 농구소재 만화는 점프 편집부에서 '농구는 이 바닥에서 터부시 되고 있다니까요'라며 칼같이 거절 당했다는 작가의 증언과, 표지에 적힌 '새로 그렸음' 문구로 볼때 아마도 후자가 맞을 듯 싶다.

'조던처럼'은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신인시절 만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편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느꼈겠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다시 한번 보자.

그렇다, 이 짧은 단편 속에는 작가가 훗날 그린 '슬램덩크'의 클라이맥스가 전부 녹아들어있다.

주인공인 토리우미 요시쿠니(鳥海嘉国)는 작은 키 때문에 팀의 약한 고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드리블과 돌파력, 팀플레이를 통해  키차이를 극복하고 3학년 선배들에 맞서 승리에 일조한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는 자연스레 송태섭이 보인다.

이미 전작에 등장했던 타카바 슈지, 그리고 루카와 카에데의 얼굴에서 이름만 바꾼 아리스에 카즈야(有末─弥)는 서태웅과 강백호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건방진 서태웅과 인기 많은 강백호. 슬램덩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뭔가 어설픈 조합이다.

처음으로 농구라는 소재가 등장했던 '카에데 퍼플'에서는 연출과 인체묘사가 상당히 초보적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부 컷들은 아직도 어색하지만 슈지의 노룩 백패스를 다룬 컷은 작가의 연출수준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던처럼'은 잡지에 정식으로 실리지 못한 탓에 작가의 단편들중에서는 제일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농구를 사랑하는, 이노우에 타케히코라는 작가의 모든 것이 담긴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참고로 3학년팀 에이스로 나온 홋타 노리오는 훗날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의 절친 '이영걸'로 재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