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고리즘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토킹헤즈 노래 자동재생 돌려놓고 한 몇시간 지났는데 갑자기 일본 노래로 넘어감

그러다가 갑자기 개익숙한 전주 멜로디가 흘러나왔음

그것은...

2. 아노하나 오프닝곡 '푸른 책갈피'였음

원곡을 불렀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밴드와 멘마의 성우 카야노 아이가 함께 2023년에 부른 라이브였음

(디게 좋음; 함 들어보셈....)

3. 눈물샘이 정말정말 헐거운 편인데도(별거 아닌 만화 보면서도 자주 운다),

10년도 전에 아노하나를 보면서는 건장한 이케맨이 드레스 입고 숲 속 뛰댕기는거보고 뭐야 시발ㅋㅋ 하면서 봤고

많이 회자되는 그 마지막 장면에서도 심드렁하게 봤음

허벌울음인 내가 생각해도 좀 예외적인 케이스였고 별 감흥 없었던지라 이후에 개봉한 극장판도 보지 않았음

4. 그런데 이 10년 만에 듣게 된 이 푸른 책갈피는 그때는 겪지 않았던 어떤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킴...

미츠캇챳타, 하는 멘마 성우의 오프닝 멘트나,

어째서인지 기억에 남아있는 오프닝 장면이나,

한때 자주 들었던 애니 오프닝 J-록꾸 특유의 재질이라든지

하나하나가 그 시절 씹덕소년의 향수를 건드리는 것이라 나는 스턴에 걸렸고 한동안 엄청나게 돌려들었음

5. 아마 다시 아노하나를 보더라도(볼 생각은 전혀 없다) 감동적이라고 눈물 글썽일 일은 없겠지. 별로였어.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지나고 보면 볼만한 추억이 되는 것이리라,

반대로 죽고 못 살던 어떤 것들도 언젠가는 반질반질한 조약돌이 되어 굴곡을 메우고, 해변이 되고,

그래서 모든 건 괜찮아지는 것이구나,

하는 쓸데없고 간질거리는 감상에 한 10분 정도 젖어있었다

제3자가 보기에 씹덕틀딱애니 오프닝 듣고 감정이 북받치는 틀덕의 꼬라지란 그냥 메스껍고 우스운 것이지만...

어쨌든 내 인생에서 완전히 아웃되어 있던 무언가가 돌연 돌아와 드문 충격을 준 건 대단한 자극이었음

6. 찾아보니 오프닝 부른 갈릴레오갈릴레이 이 밴드도 중간에 한 번 해산했다가 작년에 재결합해서 컴백한 거라더라

아노하나 방영 후 대충 10년+@, 진짜 한 번 죽었다가 10년 뒤에 다시 보게 된 것이라는데, 너무나 아노하나스럽다.

난 이런 작품외적인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7. 어쨌든 저거 주구장창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엔딩곡 시크릿 베이스도 추천곡으로 나와서 그것도 들었다

키미토 나츠노 오와리~ 쇼라이노 유메~ 오오키나 키보~ 그거

8. 그러다가 이게 떠오름

만갤 번역글보니까 이거 6년전에 번역 뜬거더라 내 시간;

9. 그러다가 왜 나는 이 갓만화를 6년도 넘게 빨면서 아직도 안 샀지? 라는 생각이 들었음

10. 그래서 샀음

압도적... 압도적 갓만화...!

제물도 바쳤으니 이제 진짜 곧 정발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