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때 장마철이였음.

그때가 이상하게 일기예보가 안맞을때였어.

비온다고 해놓고 며칠동안 흐리기만 하고,

등산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음.

난 원래 안전이 우선이라 컨디션 쬐금 안좋아도 등산안가고,

날씨 흐리면 무조건 안가는데,

그때는 등산 못간지 오래되어서 좀이 쑤셨음.

그래서 서울대에서 출발해서 연주대 정상을 찍었지.

거기까지는 괜찮았음.

정상찍고 내려오려는데, 갑자기 비가 막 오기 시작하는거야.

나무 밑에서 기다려봤는데, 폭우가 계속 오더라?

등산 많이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상 근처일수록 오히려 나무가 별로없음.

결국 비를 피해봤자임.

에라이 모르겠다,내리막만 따라가면 무조건 내려가겠지,

하고 걸어갔어.

이때 내가 간과한게 몇개있는데,

하산 시작한게 저녁즈음이였다는거,

다이소 헤드랜턴을 안챙긴거,

구름이 많이 껴서 해가 안보이는거.

그리고 코스를 엉뚱한곳으로 잡은거.

내려갈때도 서울대로 갔음 편했겠지?

하지만 서울대는 나같은 빡대가리를 안받아주려했나봐.

이때 길을 엄청 헤맷고,

능선을 쭉따라서 내려갔던걸로 보아

 아마 사당능선을 탔던거 같음.

그나마 다행인건 그때가 8월이라 비맞아도 춥지는 않았음.

근데 다른봉우리에 번개치는거 몇번보니까

그거는 무섭더라.

핸드폰 손전등에 의지해서 거의 2시간반만에 내려왔음.

산스장 벤치에 앉아서 쉬는데 어떤아줌마가 맨발로

공원 한바퀴도는거 보고

아 내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헛것이 보이는구나 싶었음 ㅋㅋ

그담에 동네길 내려가서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오더니 혼자세요?라고 갑자기 말걸더라?

계속 말거는데 난 지쳐서 네네,하고 대답만 하다가

얼굴 첨봤는데,

이쁘기는 ㅈㄴ 이뻣음.

게다가 옷도 얇게 입었는데 다 젖어가지고,

동영상 썸네일인줄 알았음.

그러다 눈을 봤는데, 순간 오싹하더라.

지금도 뭔지 설명못하겠는데, 눈이 초점이 없고

약간 돌아있는? 느낌임.

비와서 지쳤다거나 피곤하거나 아파서 그런게 아니고,

대화 더 나눴다가는 x된다는 느낌만 들었음.

슬쩍 일어나서

 다음 정류장까지 ㅈㄴ 뛰어가는데, 

계속 쫒아오더라.

내가 뛰니까 그ㄴ도 뛰고.

 그ㄴ이 맨발이 아니였다면,

자빠지지 않았다면,

야간투잡 알바로 만들어진 나의 체력이 없었다면

잡혔을테고, 그다음은 알수없지.....

다음정류장 근처에 있는 무인편의점에서

와일드버디 커피맛 먹으며

체력을 충전시키며 겨우 맘을 진정시키고,

대걸레가 된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집에 옴.

그뒤로 다시는 비올때 등산도 안가고 한강 산책도 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