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시험 볼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이불 밖으로 기어 나온 등린이...

그래도 기왕 나가는 거 겸사겸사 산에나 다녀오자 싶어서

등갤러가 추천해준 한양도성길을 가보기로 했다.

출발은 시험장소였던 중구에 위치한 성동공고에서 시작... 

오늘의 목표는 일단 가는데 까지 가보지만 적어도 인왕산 까지는 돌아보는 게 목표

노원 쪽에 살아서 백날천날 도수북만 다녀봤지 사대문 쪽 산에는 안 가봤음...

출발 전에 가볍게 롯데리아 조지고 ㄱㄱ

동대문 지나서 

종로 둘레길부터 시작

순성길 6코스 중 2코스 낙산구간의 시작이다. 

오른쪽 언덕길로 오르면 한양도성 순성길 시작

호기롭게 출발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고즈넉한 산책길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꾸물꾸물하더니 진눈깨비가 날리고 이 와중에 런닝크루가 시끄럽게 내달려 온다.

할배할매 한 무리가 시끄럽다.

길도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된 느낌이라 뭔가 아니다 싶다. 

외국인들도 많이 걷고 있었는데 괜히 내가 다 쪽팔렸다.

혜화문으로 내려와서 이제 1코스 백악구간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네이버 지도 네비가 이따위다.

이정표는 더 개판이다.

분명 네비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라는 거 같은데 화살표가 왼쪽이다.

5분 정도 헤매다가 이정표로 다시 돌아왔는데

야이 싯팔련아 이거 디자인한 새끼 진짜 대가리 한 대만 딱 대라

여전히 날씨가 구리고 눈발이 날렸지만

내가 원했던 고즈넉한 둘레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라 

적당히 땀도 나고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성곽을 따라 개나리는 제법 피었고 배꽃이 아직 다 못 피웠는데

날이 좋고 꽃이 만발하면 정말 아름다운 둘레길이 될 것 같다.

이제 막 몸이 올랐는데 대충 이 부근에서 길이 끊기길래 어쩔 수 없이 내려가야 하나 싶었다.

근데 삼청공원 쪽으로 내려가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우회로 발견해서 다시 북악산 탐방로로 진입 성공

산 속에 있고 규모가 작은 탓에 사대문 중 제일 알려지지 않은 북대문 

하지만 킁가킁가 좋아하던 시장님 덕분에 이제는 숙정문으로도 잘 알려진 이곳을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백악마루 곡장 전망대가 나온다. 

백악산은 북악산의 다른 이름이다.

그 넘어로 보이는 인왕산. 

오늘의 목표다.

왼편으로는 남산과

청와대, 경복궁이 슬며시 보인다. 

북악산 청운대 해발 293m

밤에 와서 야경을 보면 참 이쁠 것 같다.

이제 마지막 루트인 인왕산으로 ㄱㄱ

?? 

막혔다 이기

안내문을 보니 작년 7월부터 성벽 붕괴로 통제 중에 있다고 한다.

반년이 지나도록 이 상태인 거 보니까 앞으로 길이 열리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사실 슬슬 허리도 아프던 참이라 내려갈 핑계가 생겼다.

아쉽지만 내려가기로 하고 

인왕산은 날 풀리면 단독 산행으로 한 번 와보기로 했다.

ㅜㅜ.....

개같은 날씨.... 밑에 다 내려오니까 그치더라...

하산 코스 못 찾아서 한참 또 헤매다 어찌어찌 내려왔고 

기왕 걷기 시작한 거 광화문 까지 걷다가 지하철 타고 집에 왔다.

날씨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길도 이쁘고 서울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선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코스 중 하나로,

오늘도 거의 열에 하나는 외국인이었는데 

그에 반해 뭔가 정비가 어설프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

이정표도 병신 같고

특히 도심지 코스는 똥서울의 팍팍한 디스토피아적 스웩이 날것으로 보여져서 개선점이 많이 보인다...

주택가 주민들도 서로 불편할텐데 

골목을 정비하거나, 길을 우회 시키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정표라도 똑바로 좀 해 놓으면 좋겠다..

3줄 요약.

1. 날씨가 돕지 않았다. 그래도 재미있음. 

2. 북악산에서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코스 통제중

3. 날 풀리고 신록이 조금 더 돌면 못 가본 나머지 코스도 돌아봐야지...  

4. 이정표 개씨발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