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情)'은 '한국인'의 특성을 말할 때 상징 자원으로 동원되는 국뽕 코드다. 유튜브에는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조건없이 받은 배려와 친절함에 감탄했다는 에피소드가 줄을 잇는다. 식당 가면 밑반찬이 후하고, 닭갈비를 먹은 다음에는 볶음밥이 나오며, 회의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원 수에 맞춰 커피를 사오고, 이방인인 나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기꺼이 내어 주며 추석 명절에 음식을 공유하는 습속은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된다. 이때 정 많은 한국인의 특질은 부정적 준거집단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높게 평가된다. '정'은 "자신의 옳음을 우기다 못해 윽박지르기까지 하는" 중국인의 무례함과 다르다. 일본인은 부탁받을 때 시종일관 친절하게 웃어도 끝까지 거절하지만, 한국인은 처음에는 짜증을 내다가 못 이기는 척 들어준다. 이처럼 “다른 언어로 결코 번역되지 않는” '정'은 한편으로 익숙한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국적 정서이자 '그들'과는 다른 한국인 의 정체성을 통합하는 기제이면서, “전 세계인이 존경하는 숭고한 행실"로 찬양된다.

한편 '부정적 타자'와의 구별 짓기는 중국과 일본 등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로 그치지 않는다. 국뽕 영상에서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이지만, 정신문명 차원에서는 한국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것으로 재현된다. 미국에서 “두 손 두 발 다 든 최악의 망나니였던" 자녀를 한국에 보냈더니 “부모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태도가 교정되었다거나, 따돌림을 받던 자녀가 태권도를 통해 예절을 배우고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미국인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한국 자녀를 부러워한다는 내용과 한국인의 공손한 행동에 “미국방송이 기겁"하고, “예의라곤 모르던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한국식 인성교육"을 배우고 개과천선했다는 등은 오늘날 국뽕 콘텐츠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다. 초기 국뽕 콘텐츠가 한류 열풍으로 위시되는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국제무대에서의 가시적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서구의 물질문명의 정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예의 도덕을 중시하는 한국의 정신문화가 우수하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인)의 정체성은 물질적 풍요와 부강한 문명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정신적 차원의 문명을 이룩한 것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