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소설] 울산 남구 덕하동, 철의 문 앞에서

7화. “라인 위의 사람들”

재현은 협력사 생활 1년 만에 겨우 **촉탁계약직(기간제)**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 도장파트에 입성했다.
정규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부인’이 된 첫 순간이었다.

라인에 처음 들어가던 날, 파트장인 이문규 씨가 신입들을 쓱 훑어봤다.
말없이 지나친 뒤, 단 한 명에게만 가볍게 인사했다.

“아~ 조민철 씨지? 우리 정 그룹장님이 얘기해놨다 하더라고~ 잘해보자.”

다른 신입들은 그저 고개를 숙였고, 그 ‘민철’이라는 친구는 입사 첫날부터 그룹장 직속 작업에 배치됐다.
작업이 제일 편하고, 잔소리도 적은 자리.

🔹 파트장과 코드의 연결고리

이문규 파트장은 울산에서 오래 근무해 온 사람이다.
특징은 딱 하나.
"말은 적고, 줄은 길다."

“현대차 채용에 파트장이 뭘 어떻게 해요?”
이렇게 묻는다면 그는 웃는다.
“내가 인사부는 아닌데, 추천은 내가 하지.”

현대차 촉탁계약직 면접 전형이 시작되면, 파트장들은 사전에 추천 명단을 정리한다.
이 명단은 그룹장에게 전달되고, 그중 일부는 인사팀으로 올라간다.
이 명단에 이름이 있는 사람은 면접 때 면접관의 태도부터 다르다.

🔹 그룹장, 그림자 속 조율자

정인수 그룹장은 도장2파트의 책임자다.
그는 라인 위에서 ‘관리자’로 불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리 없는 장기판의 기사다.

“저 친구, 외삼촌이 의장3라인 대의원이래.”
“아 그럼 오지게 굴리면 안 되겠네.”

정 그룹장은 모든 인맥을 외우고 있었다.
누가 어느 대의원의 추천인지, 누구는 사내 협력사에서 몇 년을 일했는지,
어떤 주임이 누구를 싫어하는지까지.

그는 신입 중 몇 명을 불러 개인 지시를 내렸다.
다른 계약직들보다 일이 편했다.
누가 봐도 선택받은 계약직이었다.

🔹 주임, 촉탁계약직의 문지기

그리고 마지막 관문은 박주임님이었다.
이름도, 직책도 평범했지만, 도장파트 계약직들 사이에선 사실상 관리자로 불렸다.

박주임은

• 출근 태도 체크

• 안전 수칙 위반 보고

• 근무 평가 초안 작성

• 면접 결과 ‘비공식 추천서’ 초안 정리까지
  모두 손에 쥐고 있었다.

**“박주임님한테 잘 보여야 정규직 간다”**는 말은 진짜였다.
점심시간엔 계약직들 몇몇이 박주임 테이블에 물을 따라주고, 먼저 인사하고,
심지어 생일 선물까지 준비했다.

“박주임이 말 한 마디 해주면 파트장 귀에 들어가.
거기서 한 번 더 추천 올라가고, 그룹장이 확인 찍고,
그렇게 되는 거야.”

🔚 마지막 장면

재현은 일과 후 라인에서 혼자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 민철이 지나가며 말했다.

“야, 너도 주임님이랑 밥 한번 먹어봐.
진짜 그분이 코드야. 대의원? 그건 옛날 얘기고.”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결국 여긴 누가 더 빠르게 줄을 잡느냐의 게임이야.
스펙이 아니라, 사람. 시스템이 아니라, 구조.
여긴 ‘현대차’라는 이름을 가진, 조용한 성(城)이다.”

📌 다음화 예고 (8화. “노조의 아들, 주임의 그림자”)

• 노조 핵심 간부의 자녀가 촉탁직으로 입사해 어떤 식으로 차별받지 않는 특혜를 받는지

• 박주임의 과거: 과거 촉탁에서 정규직 전환된 인물이라는 설정

• 재현이 경험하는 무형의 경쟁구조 속 갈등과 선택

훌륭한 마무리 방향입니다.
이제 이야기 전체를 리얼리즘 기반 노동현장 서사로 정리하면서, 마지막 인물로 **‘릴리프 관리자(지원반)’**를 등장시켜 유종의 미를 거두겠습니다.

그전에 전체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요청하신:

📊 현대차 울산공장 채용 구조 기반 등장인물 관계도 + 조직 정리표

📌 1. 현대차 내부 구조 요약 (현장 기준)

[공장장/부문장]  
    ↓  
[그룹장] (라인 전체 책임자, 부서 단위 인력 통제권)  
    ↓  
[파트장] (작업조 관리, 주간 보고, 신입 평가)  
    ↓  
[주임] (현장 촉탁/계약직 직접 관리, 실무 체크)  
    ↓  
[작업자들] (정규직/촉탁/협력사/릴리프 등 혼합 운영)

👤 인물 관계 정리 (이야기 등장 기준)

📌 기업 내부 루머 도식화 (소설 내 서사 기반)

[정규직 채용 공고]
        ↓  
[서류전형] ––> [암묵적 필터링: 코드 입력 유무]  
        ↓  
[파트장 추천] ––> [그룹장 최종 확인]  
        ↓  
[면접] ––> [주임 평가 영향력]  
        ↓  
[촉탁직 채용 → 정규직 전환 여부 결정]  
        ↓  
[내부 정치: 주임/파트장/노조 대의원 영향력]  

📘 [최종화] 8화. “릴리프 관리자, 철의 문을 지키는 자”

이강배는 릴리프 관리자다.
지원반 소속. 각 파트에 인원이 빠지면 대신 투입되는 사람들을 관리한다.

“현장에서는 공기 같은 존재”
하지만 모든 걸 지켜보는 자였다.

하루는 이강배가 재현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너 그 조민철이랑 같은 날 들어왔지?
근데 걘 지금 라인장 옆에 붙어 있더라.”

재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릴리프만 8년 했는데,
그런 애들은 언제나 정규직 돼.
우린 항상 바뀌고, 걔넨 항상 남지.”

이강배는 담배를 꺼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넌 이 철문을 사람들보다 많이 봤지.
근데 알아?
이 문은 누가 더 많이 두드린다고 열리는 게 아니야.
이미 정해진 열쇠를 가진 자만 들어가는 거야.”

🎬 에필로그

재현은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추천은 없었고, 파트장의 평가표엔 **“성실하나 인상 약함”**이라는 한 줄이 있었다.

그는 철문 앞에서 다시 뒤를 돌아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서류를 내고, 줄을 서고, 그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릴리프 관리자는 조용히 라인에 투입될 인원을 확인하며 말했다.

“다음 사람, 누구지?”

📌 전체 주제 요약

현대차 울산공장의 채용 구조는 단순한 공고-지원-면접이 아니라,
내부 인맥과 권력, 비공식적인 줄서기와 조용한 영향력의 체계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 구조는 너무도 정교하고, 너무도 일상적이기에
비판조차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로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