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존나 더운 날이었음
오전 오후 죄다 실외훈련이었고 스케쥴은 목진지전투 워게임 수류탄교장 매듭묶기 수신호기훈련 등 이었고 이 훈련들을 수료하면 조장이 훈련일지에 교관 수결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
부대 관사에서 조원들끼리 모여앉아 훈련 일과에 대해서 배우고 훈련 받으러 가기 전까지 기다리는 상황에서 모두 담배피러 흡연장에 모였을때
조장이 이렇게 물어봤음
"더워서 걷기도 싫은데 제 계획 한번 들어보실래요."
ㄹㅇ 다들 일면식도 없지만 그 소리에 급작스럽게 일치단결 되어서 조장의 계획을 들었고 일동 한마음으로 찬성을 함
조장의 계획은 이랬음.
'어차피 일지 수결확인은 훈련이 모두 끝나고 조기퇴소를 앞둔 4시부터 있을거다. 우리 동대 우리조 하나 빠진다고 그들이 알아챌 여유도 없거니와 우리가 산골짝에 잘만 박혀있다면 이 넓은 부대에서 우리를 무슨 수로 찾겠느냐. 일단 밑에서 기다렸다가 내 친구도 타 동대 조장이니 훈련일지 수결을 모필하도록 하자. 어차피 지금 자가용 가져오신분도 거의 없을건데 땀에 절은 군복으로 버스 타느니 한번 건곤일척을 노려보자.'
ㄹㅇ 어려운말도 적절히 섞어쓰고 그럴듯 하니까 이 무더위에 혹하지 않을 야비군은 없었음
바로 콜 하고 워게임 훈련장에 있던 가건물 안에 숨어들어서 숨죽이고 기다렸음
조장이 연기 나면 들킨다고 흡연도 금지했고 방탄모 들고 걸으면 소리 난다고 착용지시까지 함
ㄹㅇ 북한 침투하던 공작원의 마음가짐으로 존나 조심하면서 동태를 살피고 있었지
결국 조장과 조장친구는 서로 카톡을 주고 받으며 랑데뷰에 성공했고 우리는 훈련일지를 폰으로 찍은 후 예비군식당 매점 카운터에 있던 볼펜을 무사히 탈취하여 필사적으로 수결을 모필했다.
결국 7개 가량 되던 훈련 모두의 수결을 그럴듯하게 모필해내는데 성공했고 점심식사후 부터는 걍 늘어지게 놀거나 담배피고 폰겜하다가 3시 10분쯤 전투화에 일부러 모래먼지를 묻히고 식수대에서 물을 받에 얼굴에 뿌려 땀이 난것처럼 전투위장을 실시했지.
모두 부대 관사에 모여 앉은 3시 30분경, 동대장이 일지 확인하고 성적순으로 조기퇴소 실시하겠다고 함.
조장들이 일지를 제출했고 동대장과 교관들이 일지 점검을 시작한지 한 10분쯤 지났을까
앞쪽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함
뭔가 개좆됐음을 직감한 우리조는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고 결국 동대장이 마이크로 우리 조 앞으로 나오라고 말함
ㄹㅇ 도축장 끌려가는 소마냥 두 눈 질끈 감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ㄹㅇ 머리가 하얘지더라
우리 앞에 불려나오고 저 멀리서 건물로 뛰어오는 교관 4명이 보였음 이미 좆된건 기정사실이었지 ㅋㅋ
그렇게 모여서 우리 훈련일지를 두고 교관들이 필체확인을 시작함ㅋㅋ
어찌된건지 들어보니 사실 이 훈련일지가 우리 일지만 있는게 아니고 교관들도 지들꺼가 하나씩 다 있어서 예비군 조장한테 수결해주면 지들 일지에도 체크를 다 한다더라고
근데 시발 우리만 쌩으로 비어있는데 제출한 일지에는 교관 수결이 수두룩빽빽하니까 뭔 일 났다 싶어서 그렇게 필체 감정까지 하게 된거임 ㅋㅋㅋ
ㄹㅇ 결국 그렇게 사마의 뺨치던 조장의 책략은 제갈량 뺨치던 군대 훈련일지 시스템 앞에서 개박살이 났고 우리조는 전체 퇴소조치를 당했다.
동대장이 우리보고 선례없는 역대급 예비군들이었다고 하더라고
근데 사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벌인 작전이기도 하고 오후에는 같이 놀다가 어느정도 친해진 상태여서 조장 목은 안메달았고 부대 앞에 있는 송어농장 가서 조장이 사과한다면서 사준 송어회에 소주먹고 집 왔음 ㅋㅋ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