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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vs 프로기사 : 저의 견해

맙소사 2005.09.12 03:14:28
조회 1011 추천 0 댓글 7


일단 컴퓨터든 인공지능이든 논하기 전에 바둑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는 바둑을 둘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바둑 못둡니다. 한창 잘 둘 때 인터넷 바둑으로 10급 정도 두다가 5판 연속으로 한집반, 반집 이렇게 지고 나서는 흥미를 잃어버렸죠. 그 이후는 가끔 두는데 당연히 실력 하락이죠. 그래도 바둑에 관한 책은 꽤 많이 읽었습니다. 이창호의 바둑 시리즈 10권 정도 사서 보았고요. ... 바둑은 `최선의 착수`를 찾기 매우 힘듭니다. 일단 지엽적인 사활문제는 컴터가 비교적 수월하게 풀 수 있을 지 몰라도, `대 사석 작전` (나의 많은 돌을 일부러 죽이고 부수적인 이득 - 예를 들어 세력 쌓기를 하는 것... 15개의 돌도 수월하게 주기도 합니다)같은 것을 컴터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른 문제. 응수타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뒀는데, 너는 어떻게 받을 거냐? 안쪽으로 젖힐 거냐 바깥쪽으로 젖힐 거냐, 방어할거냐 공격할거냐 아니면 무시할 거냐 아니면 나의 응수타진을 악수로 만들 묘수를 찾아낼 거냐... 이런 고차원적인 사고를 컴터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마지막으로 본 책은 전국 아마추어 바둑대회에서 몇번 우승한 적이 있는 분이 쓴 `대국 전체 보기`에서 가장 최선의 착점을 찾는 경우 350가지 인가 실전 바둑으로 찾는 거.. 였는데, 여기서 전체적인 대국관... 바둑 한 판을 넓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컴터 프로그램으로 바둑 프로그램 짜는 것에 종사하는 분입니다. ... 바둑으로 컴터가 프로를 이기는 건 불가능 할 거라고 말하더군요. 북한 바둑 프로그램은 제가 알기로 잘해봤자 6급이고, 대체로 10급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은별). 그리고 한국제 천하 수담은 그 밑이겠지요. 북한 바둑 프로그램 은별은 매해 열리는 바둑프로그램끼리 바둑두는 대회에서 일등 먹은 바둑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361!이 얼마나 큰 수 인지 짐작도 안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둑은 결코 361!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돌을 따 내면 다시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다시 착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그러다가 다시 또 따내는 경우에는 또 착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요. 그리고 패를 할 경우에는??? 이제는 다시 문제가 더욱 늘어납니다. 아주 많이 매우 엄청 나게 말이지요. 그러나!!! 인간은 바둑을 둘 때 361! 이따위의 사고를 하지 않습니다. 프로 바둑 기사들은 머리가 좋아서 ( 물론 머리가 엄청나게 좋습니다. ) 그 모든 수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직관력으로 눈에 우선 보이는 몇가지의 패턴만 15수에서 30수 정도앞을 내다보고 고른다고 합니다. (이창호 급은 종국까지 100여수 가까이 남아있어도 그것에 대한 최선의 착점을 미리 내다볼 정도입니다. ;; 결승국 구경갔다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하니까 `흑이 반집 정도 남겠네요` 라고 답했는데, 백여수 후에 흑의 반집 승리로 판이 끝났다는 실화도 있습니다. 무시무시하죠. 그러니 천하를 제패하죠 ;;; ) 그리고 그 `직관력`은 엄청나게 많이 알고 있는 정석과 사활풀이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대국(다른 사람의 기보 포함)에서 얻어진 노우하우,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바둑에는 `최선의 수`란 사실상 특정 상황 아니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최선`을 두다가도 단 한번만 떡수 - 패착 - 결정적으로 실수하는 수를 두면 바둑이 급격히 기울어서 망하는 수가 아주 아주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최선의 수가 여러가지인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오목에서는 먼저 두는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방법이 발견되었다지만, 바둑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바둑이 개발된 지 몇천년이 지나고 그 많은 사람이 두었건만 아직도 같은 판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바둑의 `최선을 향한 연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200년 전의 바둑이 다르고, 100년 전의 바둑이 다르고 50년 전의 바둑이 다르고 10년 전 바둑이 다르고 지금의 바둑이 또 다릅니다. 바둑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끝이 없습니다. 이건 두어본 사람만 어설프게 눈치챌 뿐입니다. 바둑 정석은 백과사전으로 몇권이 될만큼 많습니다. 변형이 많기 때문에. 얼핏 들어 몇만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들은 이것들을 물론 다 외우고 있습니다. 네 귀(바둑은 사각형이므로 귀가 네 곳)에서 펼처지는 정석들과 정석들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 지는 정석사전에서도 안나옵니다. 각 귀에서 펼처지는 정석만 해도 몇만가지 인데, 그럼 전체 대국관에서 보이는 정석은 `몇만가지 곱하기 몇만가지 곱하기 몇만가지 곱하기 몇만가지`......라는 엄청난 숫자가 나오기 때문에 도저히 정석 사전에도 나올 수가 없죠. ( 돌 하나가 세칸 벌렸냐 네칸 벌렸냐 한칸 위냐 한칸 아래냐 .... 등등에도 정석은 그때 그때 수시로 변합니다. 그리고 뭐가 최선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기사마다 `기풍`이 존재하는 겁니다. ) 예를 들어서 바둑을 두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3*3 끼어들기 정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네 귀에서 모두 33 끼어들기를 하면 그 판은 거의 무조건 망했다고 보면 됩니다. 상대에게 엄청난 세력(우선 집이 아니지만, 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거나 상대와 싸움 바둑을 할 때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돌들 - 바둑이 이런 개념도 이해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 을 허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33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프로기사의 실력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프로기사들은 바둑 기보를 볼 때 신문에 난 것처럼 바둑그림 위에 숫자 적힌 거 보지 않습니다. 좌표로 된 줄을 읽죠. 12F, 13G , 4J.... 이런 식으로 숫자와 알파벳으로 표시된 줄만 주르륵 읽습니다. 그러면 프로기사들은 그 바둑을 단번에 머릿 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ㅡㅡ;; 조훈현 9단은 이런 표를 1분만에 주르륵 읽고는 패착 (결정적으로 실수한 수 )를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적도 있구요. ( 상상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 다른 에피소드. 一色대결이라고 해서, 바둑티비에서 흑백 모두 녹색 바둑돌을 들고 바둑을 둔 이색 대회가 몇번 있었습니다. 이창호나 조훈현같은 굴지의 기사도 아니고 갖 프로기사 시험 통과한 새내기들이었습니다. 두명 다 녹색 돌로만 바둑을 두는데도 ... 바둑판이 아주 시퍼렇게 변해가는데도 절대로 헷갈리지 않고 잘 두어나갔습니다. 심지어 패도 아주 여러번 나왔습니다. ( 패 - 맞 호구 상태에서 상대편 돌을 바로 딸 수 없는 룰이 있어서 다른 점에 한번 착점한 후 따내는 것) 그리고 계가(집을 세는 것)까지 정확하게 해 냈습니다. 엄청나더군요. 앞 못 보는 맹인도 아마 몇단이 있다고 하니, 프로들에게 일색 대결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지요. 아마 좌표로만 바둑을 두게 해도 ( 서로 좌표만 불러서 입으로만 두는 바둑) 잘 둘 것입니다. 장담하지요. 마지막으로 저의 바둑 프로그램을 경험한 거 말씀드리면... 컴터 정석은 비교적 잘 둡니다. 그런데 패를 걸거나, 복잡한 사활 풀이를 강요하거나 하면 완전 떡수만 둡니다. 대마 잡기 식은 죽 먹기죠. 일정한 패턴이 있고, 알고 있는 정석도 그리 많지 않더군요.그래서 이상한 데다가 두기 시작하면 갈피를 못 잡고 제 풀에 무너집디다.... 아무튼,,, 바둑 프로그램이 형세판단, 응수타진, 전체적인 대국관, 소를 잃고 대를 얻는다, 세력을 쌓는다, 타개를 한다.. 이런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날은 아마 명왕성에 에버랜드 짓고 추석 연휴에 놀러갈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이후가 아닐까합니다. 단백질 컴퓨터 (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회로가 배열된다고 들었음. 계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가 나온 아주 아주 후에나 가능하려나? p.s : 그리고 체스의 방식과 바둑의 방식은 너무 다릅니다. 그건 두어본 사람만 압니다. 감히 말하건데 바둑 17급이라도 두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 단순히 바둑을 `땅 따먹기 `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은 바둑 프로그램이 사람을 이기네 못 이기네 이런 말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방금 북한산 바둑 프로그램 은별 ver 1.0 (현재 최강 바둑프로그램으로 평가됨)을 구해서 ( ㅋㅋㅋ ) 바둑을 한판 둬봤는데, 컴터 급수 조정하는 건 없네요. 걍 속기로 뒀는데 ( 15분 정도 걸림 ) 덤 계산해서 78집 반을 이겼습니다. -_-;;;; 이거 10급도 절대 안되는 것 같네요. 떡수도 완전 많이 두고. 좀만 생각해서 바둑두면 컴터 돌 완전 다 잡아버릴 수도 있을 듯... 78집이면 말 다 했죠 -- 이 글은 과겔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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