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느낀 것 몇 가지만...

한국기원이 한국바둑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인지 알 수가 없어서

대신 앞으로 나아갈 방향.. 이렇게 좀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여 적어봅니다

1. 외관의 부재

어쩌면 한국바둑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총본산 한국기원의 사옥이...

너무나도 허름없고 볼품없다

한때 서초구 쪽인가로 이전한다는 떡밥이 있었지만 무산됐다고 들었고

그 뒤로 어떤 노력이 있었는 지 알 수가 없다

작년 드라마 미생에 나온 한국기원 건물을 보고 음... 역시 노답이구나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이전이 안되는구나...이러면 그냥 땡인가? 리모델링을 하던가 밖에 페인트칠이라도 좀 하던가 너무너무너무 보고있으면 갑갑하다

바둑만 두시는 분들인지라 감각이 전혀 없는건지 어휴

2. 기록의 부재

오랜만에 옛 기보를 보고 싶어서 한국기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로그인을 하란다. 아 사이버오로라는 사이트와 연동이 되어있구나

그래 로그인을 했다

그런데 내가 찾는 기보가 없다

90년 이전 바둑은 취급도 안해주나? 한국바둑 70년이라고 홍보할 거면 최소한 6.25 전쟁까지는 봐줘서 그 이후부터는 다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정리해줘야 되는게 한국기원이 할 일이 아닌가?

심지어 초기 세계대회는 기보가 통으로 없다. 삼성배 LG배 후지쯔배 한번씩 다 검색해보면 견적 나온다. 2000년 이후에야 수집을 시작한 것인지.

바둑연감, 월간 바둑, 각종 단행본에 있을만한 대국이면 나중에라도 다 넣어야 정상일 텐데.. 개선의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둑책 시장도... 그나마 90년대~2000년대 초까지는 퀄리티 좋은 단행본이 좀 나오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거의 단종시켜버리고... 바둑 공부 좀 해볼까 하는 사람도 내쫓아 버리는 한국기원 클라스.

3. 기획의 부재

한국바둑리그가 생긴지 이제 한 10년쯤 됐다. 그런데 매해 어느 프로가 어떤 구단에 소속되어있고 그 구단이 이겼는지 졌는지 우승인지 준우승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프로야구와 비교해보자. 프로야구는 매해 매경기 화제를 낳고 생중계를 해주며 재미나고 찰진 해설과 함께 시청자, 관중들과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피드백이 바로바로 된다.

한국바둑리그는 어떠한가?

구단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주고 뭔가 더 피가 튀기는 쇼적인 요소가 있어야 팬들도 재미나게 볼 것이고

바둑tv에서도 형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프로기사의 숨소리, 표정, 손길 이런것도 밀착해서 잘 보여주고

해설자도 지금처럼 개노잼이 아닌 스타, 롤 중계처럼 다소 거칠더라도 시원시원하게 막 던지는 현장감 있고 입담 좋은 해설자들을 길러내야 할 터인데...

한국바둑리그가 장기적으로 프로야구 모델로 가도록 하는게 알맞지 않을까 싶다

출신지가 안되면... 바둑도장 출신?으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스폰서가 자꾸 준다고 징징거리지만 말고 뭔가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살아날까 말까인데

한국기원은 그런 모습이 없다

4. 비전의 부재

돌이켜보면 10년 전 연구생일 때만 해도 그나마 바둑 열기가 좀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바둑만을 위해 외길로 달려온 포스트 이창호, 이세돌들이 많았었는데 그 많은 경쟁자들은 다 무얼 하고 있을까

학업도 다 그만두고 바둑만 바라보다 나이 제한에 걸려 탈락한 이무기들...

막말로 바둑만 하다 think 뜻도 모르는 저능아를 만들어 놓고 한국기원은 나 몰랑을 외치는 건 아닌지...?

기재가 있는 아이들도 결국 부모가 현실을 깨닫고 바둑을 접도록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처럼 프로 안되면 바보가 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꼭 프로가 안되더라도 여러 길을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가령 아까 위에처럼 전문해설자를 양성하거나, 보급 자격사(?)같은 것을 부여해서 뭔가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정말 바둑인이

소수의 프로들 빼고도 최소한의 생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상 한 판도 안두는 노쇠한 프로도 은퇴를 안하고, 웬만한 현역 프로보다 잘 두는 이무기들이 프로가 못 되어 좌절하는 현 시스템은

정말 잘못됐다

오픈제 도입하여 파이를 키우고 동시에 최소한의 복지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한국기원에서는 바둑토토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도 수많은 작전대국과 함께 돈이 거래되고 있고 그러한 행태를 보면 이짓거리하려고 작꾼들이 바둑 배운건가 하는

혐오적인 감정이 들면서도 이 사람들이 한국기원의 시스템이 양산한 이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바둑토토는 먼저 이러한 작전대국부터 싹 쓸어버리고 나서 의논할 문제라 본다

요약

1. 건물 삐까뻔쩍하게 바꾸자

2. 기보 수집이나 책 출판 활성화 등 디테일을 살리자 

3. 노잼인 컨텐츠를 박진감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어 팬들이 찾아오도록 하게 하자

4. 이러한 길로 갈려면 한국기원이 바둑인으로서 살 수 있는 여러 체계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함 

이상 10년전 연구생 출신의 뻘소리였습니다만

바둑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