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초바둑님 기보를 가지고 바둑의 개념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제 4번째 글인데...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수를 알려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런 건 저도 모르고요.
하수가 괜히 아는 척 하다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드리면 곤란하니까요. 그저 바둑이 어떤 식의 사고로 이루어 지는지를 살펴볼 뿐입니다.
그러니 자세한 수순들은 앞으로도 제 글에서 기대하지 마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제가 말한 것들을 복습해 보겠습니다.
1. 바둑은 집이 반집이라도 많은 사람이 이긴다.(돌 하나하나의 효율성 강조)
2. 소목의 굳힘과 걸침은 화점보다 우선한다.(왜? 집으로 크니까...)
3. 걸침은 넓은 쪽에서 한다.(Why? 집을 조금이라도 크게 지을 확률이 높으니까...)
4.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유는? 상대방이 두고 싶은 곳에 내가 둬 버릴라고...)
자...이제 이걸 기억하고 화초바둑님의 바둑을 보겠습니다. 화초바둑님이 흑이고 백은 인공지능인가 봅니다.

흑이 우하귀를 굳히고 백이 우상귀를 걸쳐가자 한칸협공으로 정석이 일단락되었습니다.
다음에 흑은 좌상귀의 백 소목에 걸쳐갔는데요. 백이 붙여끌고 흑6까지 부분적으로는 훌륭한 정석입니다.
그럼 이게 최선이었을까요?

왼쪽 그림-백이 1로 붙인 장면에서 흑은 선택의 기로입니다. 어떤 정석을 선택해야 할까요...
제가 지난 글에서 말했습니다. 걸침은 넓은 쪽에서 한다. 이유가 뭐였죠? 네...넓은 쪽이 조금이라도 큰 집이 될 확률이 높을테니까..
그건 정석 선택에서도 똑같습니다. 상변이 넓은가요? 좌변이 넓은가요? 상변은 우상귀쪽에 높여진 백 한점으로 인해 발전성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좌변은 텅텅 비었습니다. 흑은 좁은 상변보다는 좌변에 집을 짓고 싶어해야 합니다.(왜? 바둑은 집 많은 사람이 이기니까...)
오른쪽 그림- 흑2로 두점머리는 치받는 수는 행마법상 보통 악수지만 지금은 훌륭한 한수가 됩니다. 흑 8까지 가장 간명한 정석 형태 중 하나.
백이 9로 견제 들어가면 흑은 10,12로 또 넓은 쪽을 두어갑니다. 상변에 이어지는 백돌들을 보세요. 3선에 납작하게 깔려 있습니다.
자...여기서 정석 선택의 요령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발전성이 큰 쪽으로 돌이 향하게 하라.(어째서? 상대방을 좁은 쪽으로 향하게 하고 나는 넓은 곳을 차지해야 하니까...)
2. 상대가 강한 쪽으로는 협공하지 마라. (왜? 상대가 삼삼에 고분고분 들어가면 다행이지만 반발할 경우 불리한 전투를 해야 하니까...)
우리들은 일단 이 두 가지만 알면 됩니다. 그럼 정석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정석공부를 하시면 됩니다^^ㅎㅎ
맛보기로 문제 3개를 내 보겠습니다. 가, 나 중 정석의 선택방향은?

첫번째- 쉽죠? 가가 정답...단순히 넓고 좁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변에 놓여진 흑 한점의 위치가 훌륭해서 우변쪽의 발전성이
크기 때문이죠.
두번째- 나가 정답...가로 막는 건 지나치게 좁습니다. 입문자분들은 겁이 많습니다. 무슨 소리냐...
귀의 실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겁니다. 그거 살면 몇집 된다고요. 제가 돌의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했죠?
좁은 곳에 들어가 꽉 막힌채로 쌈지를 뜨게 되면 그걸로 끝입니다. 더 이상 그 돌들은 발전하지 못하는 정체병사가 되는 겁니다.
반면에 넓은 쪽으로 향하는 돌들은 발전가능성이 무한합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기대주들인 거죠.
세번째- 어렵습니다. 어려워요. 이거 언젠가 설명할 생각입니다만 초보자분들은 이해하기 힘드실 겁니다.
정답은 가....나로 협공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우하귀 흑돌의 위치로 인해 좋은 결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위에 설명한 정석선택의 요령 중 두번째, 상대가 강한 쪽으로 협공하지 마라.에 해당된다 하겠습니다.

다시 원래 기보로 돌아가서...백도 밑붙임 수가 잘못된 겁니다.
왼쪽 그림- 백은 그저 1로 날일자 해서 좌변쪽으로 향하는게 간명하고 편한 선택이었습니다.
흑이 상변에 안정했지만 백은 7 정도로 다시 넓은 곳을 차지하며 우변 흑을 견제하면 충분한 바둑입니다.
지금 좌변은 백의 영향력이 크죠. 여기서 입문자분들 걱정이 뭔지 압니다. 알아요. 제가 18급 시절부터 눈물 콧물 흘리며 한탄한 내용이니까요.
흑이 좌변에 들어와 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동안 백도 한 수씩 번갈아 둘테니 다른 곳에 집이 생깁니다.
중요한 건 백의 영향력이 크기에 흑이 좌변에 들어와도 크게 살 수는 없다는 거죠. 그거면 됩니다.
가능성...그건 한 수씩 번갈아 두며 종반으로 향해 갈수록 집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떡수를 안 둔다는 전제하에 입니다만...
오른쪽 그림- 사실 흑도 처음부터 가능하다면 좌변쪽 어딘가를 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목에 걸치는 건 크다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른 것이...흑이 안 걸쳤다고 백이 단순히 2로 굳힌다면 흑 3,5로 상변 백을 납작하게 누를 수 있습니다.
돌이 답답하게 갇히면 어떻게 된다고요? 네 발전을 못하는 정체병사가 됩니다. 상변 백은 갇힌 건 아니지만 이미 아래 까만 병사들한테
그만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흑은 넓은 쪽으로 향한다는 격언에 맞게 그쪽 방향을 차지하고 싶은 거죠.
하지만 말이죠... 이건 정말 흑의 달콤한 상상입니다. 백이 이렇게 둘 리 만무하죠. 흑이 좌변 어디를 들어가든 백은 그 한 점을 최대한
압박하려 할 겁니다. 이거...어렵습니다. 어려워요. 약간의 임기응변도 필요하고 수싸움이 치열해집니다. 단순하게 두면 실리손해가 크다는 거죠.
고백하자면 정답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것만 알면 됩니다. 정답은 모르지만 포석은 이러한 생각과 과정을 통해 서로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인다는 거죠.(제가 빨간 글씨로 항상 강조하는 것들) 나머지는 공부량과 실전으로 차차 알아가면 되는 겁니다.
자 일단 이 부분은 패스~

다시 원래 수순으로 돌아갔을 때, 화초바둑님은 가로 단순하게 벌렸습니다.
부분적으로는 훌륭한 정석입니다만 느슨합니다. 밋밋해요.
왜? 흑 가는 백에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다음 후속수단이 없다는 거죠. 이왕 흑2로 받은 건 실수였으니 어쩔 수 없고요.
이 상황에서라도 최선의 한 수를 찾아야죠. 흑6이 그것. 다음 A에 치중하는 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수가 타이트한 수입니다. 백이 받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거죠. 백이 손 빼면 뒷수...즉 현재만 보는 게 아니라 다음 후속수단을 보고
있다는 겁니다. 백이 선수를 뽑겠다고 1로 치받아 흑을 세워주면 그 자체로 대득입니다.(이 악수의 개념은 또 다음에 다룰 기회가 있겠죠.)
백은 2로 밀고 나오며 일전불사를 외칠 겁니다. 흑도 머리 아프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정석선택을 잘못했으니 여기서는 강하게 나가야죠.

전도의 흑4는 꽉 잇는 것보다 호구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흑이 양분될 경우 빈삼각보다는 탄력있고 가벼운 형태죠.
행마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백이 5로 상변쪽에서 다가오면 흑A로 충분.
자...여기서 정리, 뒷수...즉 다음 후속수단이 있는 수를 둬라.

왼쪽 그림- 보십시오. 흑의 밋밋한 한 수로 백이 손을 빼고 1 자리로 삭감하는 요처에 손이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전도의 상변전투가 어찌 마무리 될 줄은 모르나 이 그림은 지나치게 쉽습니다. 상대를 쉽게 해주면 안되는 겁니다.
(사실 훗날 백1의 삭감 자리가 너무나 좋기 때문에 이 포석에서 흑의 한칸 협공은 요즘은 잘 나오지 않는 추세입니다.
못 둘 건 없지만 덤이 조금 부담스럽다고 프로들이 말합니다. 그래서 두칸 협공도 쓰였었고요-삼삼에 들어가고 똑같이 삭감하면
한줄이 넓다는 거죠. 그래서 두칸 협공하면 보통 양걸침으로 변화를 구하죠. 지금은 또 날일자 받아주고 백이 미끄러지면 협공하는 수까지...
이런 변화들은 우리가 다 알기는 쉽지 않지만...대충 그 의미만 아시면 되겠습니다.)
오른쪽 그림- 흑1로 받으셨네요...음...이건 좀 세밀한 부분인데요. 반대쪽을 먼저 미셔야 합니다.

왼쪽 오른쪽 차이점이 느껴지십니까? 혼자 연구해보시길..나중에 행마법을 통해 설명할 날이...(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왼쪽이 올바른 수순입니다.

왼쪽 그림- 그런데 백이 늘지 않고 2로 뛰는 바람에 원래대로 환원되는가 싶었는데..어이쿠, 흑5는 뭔가요?
호구 자리는 급소!! 이 유명한 바둑격언을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요. 실전에서도 노타임으로 두셔야 합니다.
백이 6으로 막는 순간 집으로도 크지만 자체로 안형이 생기기 때문에 백이 차후에 혹시라도 공격당할 여지가 말끔히 사라집니다.
이게 문제인 겁니다.
제가 뭐라고 했죠? 후속수단이 있는 수를 두라고 했습니다.
오른쪽 그림- 백도 그냥 6으로 뛰었네요...뭐, 한 수의 가치는 충분한 수입니다만 이 수도 좀 느슨해 보입니다.
흑이 7로 걸치고 벌리고 백이 침입, 그리고 흑 11...
자...흑11은요. 행마법상 이상한 수입니다. 1선은 사망선, 2선은 패망선...들어보셨죠?
행마가 중앙으로 뻗어나가야 되는데 흑11은 꽉 막힌 1선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발전성? 당연히 없습니다.
이 수는 백10을 쉽게 살려주기 싫으니 강력하게 공격하겠다는 뜻인데 백10은 애초에 공격당할 돌이 아닙니다.
백 12로 그냥 17자리 지켜두어도 흑이 한 점을 맛좋게 잡기도 쉽지 않아요. 우하귀쪽은 아직도 허술하고요.
흑 9로 대눈목자로 두었을 때는 보통은 백10자리로 상대가 쳐들어오면 위에 붙여 틀어막고 상대는 살려주고 세력을 취하는 게 평범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두겠다는 의도죠. 넓게 벌렸으니까...

왼쪽 그림- 상대가 들어오는 게 싫으시면 9로 좁게 벌리셔도 됩니다. 뭐 맛은 있지만 대눈목자보다는 튼튼하죠.
하변 침입은 각오하셔야 되는 부분입니다.
오른쪽 그림- 그래도 흑이 귀도 파먹고 상변쪽에서 삭감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했네요.
어이쿠...다 받아주고...백의 평정심이 대단하네요ㅎㅎ;; 흑 29는 필요없는 수죠? 언제든 선수인 자리를 구지 바로바로 결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팻감으로 쓸 수도 있고요. 한 수 한 수의 디테일함이 모여서 고수로 가는 겁니다.
어찌됐든 흑도 백 모양을 다 결정지어준만큼 형세판단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우변 백이 약하긴 하지만 심하게 공격받을 것 같진
않고요. 아마추어 바둑은 유불리와 상관없이 종반에 삐끗하는 사람이 지는거죠 ^^
오늘의 내용 정리하겠습니다.
1. 정석선택의 요령
- 발전성이 큰 쪽으로 돌이 향하게 하라.
- 상대가 강한 쪽으로는 협공하지 마라.
2. 다음 후속 수단이 있는 수를 둬라.
3. 호구자리는 급소.
이상입니다. 또 나중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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