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바둑을 몇년간 꾸준히 관전하신 분들은 왼쪽 그림의 백1을 보셨을 겁니다. 저는 이 수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이 느리다...이렇게 둬도 이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1)-1 처음에 설명했습니다만 소목의 굳힘은 크지만 화점의 굳힘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 과거의 포석 이론이었습니다. 한 수로 완전한 집이 되지 않으니까요.
원래 중국식 포석에서 백이 하변을 둔다면 A나 B에 둬서 흑 모양을 견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세력을 견제할 때는 화점에서 C의 눈목자굳힘이 자주 쓰이던 상용수법이지만...지금 우변 흑이 강한 세력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부분입니다. 좀 더 바짝 다가가도 되는거죠. 그런데 C의 눈목자 굳힘도 아닌 백1의 날일자 굳힘이라니...
백1은 우변 흑 모양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면서도 실리를 중요시하는 현대바둑에 맞게 조금 좁힌 수입니다. 삼삼에 맛은 있지만 벌림이나
눈목자굳힘보다는 실리적이라는 거죠. 이 과거와는 다른 수법에 혼란을 느끼기도 했지만 꼭 바둑이론에 맞지 않는 수는 아닙니다.
오른쪽 그림을 보시죠...흑이 만약 하변을 둔다면 흑1로 걸치고 3으로 모양을 키울 겁니다. 1의 자리는 하변에서 흑이 두고 싶은 자리라는 거죠.
상대방의 급소는 나의 급소...이 격언대로 흑이 두고 싶은 곳이라면 백이 둬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프로바둑에서 수없이 나온 수순 그대로입니다. 백1, 흑2, 백3, 흑4 모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가 한 수 쉰다면 두고 싶은 자리입니다.
백1 다음 백이 또 둔다면 흑2자리로 걸쳐가겠죠. 백3, 흑4로 마찬가지...서로가 두고 싶은 자리를 먼저 선점합니다.
다시 말합니다. 상대방이 두고 싶은 자리는 내가 둬도 괜찮은 자리일 확률이 큽니다. 바둑은 포석 중반 끝내기까지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내가 놓친 부분을 캐치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자...이번에는 초보분들이 많이 두시는 양화점 포석입니다. 백이 둘 만한 자리는 몇 곳 보이지만
쉽게 우하귀에 한정해 보죠. A, B 중 정답은?

왼쪽 백1이 정답...넓은 곳에서 걸쳐가야죠. 오른쪽은 백이 이립이전의 중복형태...벌써 돌이 비능률적으로 놓여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시 살펴보면 흑이 둔다고 1로 두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이건 하급자분들이 보시기에도 흑돌들이
지나치게 하변에 편중된 느낌이 들죠? 이렇게 돌들이 비능률적으로 한곳에 모이면 안됩니다. 흑도 1보다는 A의 곳에 굳히고 싶겠죠.
그러니 백이 A에 걸쳐서 흑이 1로 받아준다면 대이득입니다. 물론 흑은 협공을 하던가 과거 프로바둑에서 유행했던 '이창호 정석'을
쓰던가 하겠지만 백이 못 둘 것은 없습니다.

어제 글에서 참고도로 썼던 타이젬 4급분들의 바둑을 다시 보죠.
백의 다음 착수는?

왼쪽 백1이 정답...한칸 아래 A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흑이 두고 싶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은 이렇게 안 두고 오른쪽처럼 좌하귀를 이상하게 굳혔었죠? 그럼 당연히 흑은 1 자리로 향해야 합니다.
백이 받아주지 않고 협공해도 별게 없다면 우상귀를 걸쳐가는 수도 생각할 수 있겠죠...어쨌든 초점은 우변입니다.
그런데 흑도 역시 1로 두지 않고 A로 바로 쳐 들어갔었습니다. 이걸 오늘 배운대로 생각해보죠.

백의 입장에서 바로 1을 두지는 않을 겁니다. 타이젬 4급이라도 이런 바보같은 수는 안 두겠죠?
백1로 둘 거였다면 애초에 넓게 벌린 수로 날일자 굳힘을 했겠죠....그게 차라리 더 낫습니다.
그렇다면 백이 당장 안 둘 1자리를 흑이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까?
네...백이 두면 바보같은 수라고 했지만 흑이 둬도 바보같은 수가 되는 겁니다. 초반 백이 둔 이상한 비능률적인 착점이
흑이 1자리에 쳐들어오는 순간 협공의 위치가 되어 바로 능률적인 착점으로 변합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바둑은 내 돌은 능률적으로 만들고 상대돌은 비능률로 만들어야 한다고...이제 포석의 이론이 조금 이해되시나요?
오늘 내용을 정리해 봅시다.
1. 소목의 굳힘과 걸침은 화점보다 우선한다.
2. 걸침은 넓은 쪽에서 한다.
3. 상대방의 입장에서 두고 싶은 곳을 생각해보자.
이상입니다...이 내용이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기회가 되면 또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