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적인 공간과 추상적인 공간이 왜 다른지 모르시겠다니 가능한 쉽게 말씀드리죠.

ㅇㅇ님께서는 다중지능이론(?)에서 사용하는 '공간지능'과 '논리-수학적인 지능'이란 구분을 포석과 수읽기의 영역에 적용시키셨죠? 개인적인 의문은 그 이론에서 말하는 '공간' 또는 '공간지능'이 바둑에서 말하는 '공간'과 같은 것이냐는 부분입니다.

바둑 외적인 영역, 또는 일상의 영역에서 우리는 (1)지도를 보고 처음 가는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 (2)한 번 갔던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 (3)가구배치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 (4)작업장내 동선배치를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사람, 아니면 (5)후진으로 주차를 잘 시키는 사람을 두고 '공간지각력이 있다', '공간지능이 뛰어나다'고 할 것 입니다.

여기서의 공간이 제가 말하는 '경험적인 공간'입니다.

그런데 바둑에서의 포석감각이 위와 같은 형태의 공간지능입니까? 아니, 바둑에서 그러한 의미에서의 '공간'이란 게 있나요? (기력이 약해 확답은 못드리겠으나, 저는 회의적입니다.)

바둑에서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2차원적인 공간입니다. 상하좌우가 있을 뿐, 고저가 없으니까요. '높게/낮게 벌린다'는 말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모양에 대한 비유일 뿐이죠. 또한 그것은 지극히 추상적인 공간입니다. 수학이나 기하학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색, 맛, 향 등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