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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누구 얘긴지 아는 흉? 옛날에 봤던 건데 궁금하눼. ㅋㅋ

ㅋㅋㅋㅋㅋ 2006.12.05 22:12:18
조회 554 추천 0 댓글 8



에드윈 올드린이라는 인물이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닐 암스트롱에 이어 인류 사상 두번째로 달 표면을 밟은 미국 우주인이다. 닐 암스트롱보다 몇 발짝 늦는 바람에 이렇게 소개를 해야 하는 비운의 사내이기도 하다. 이 양반은 달 표면에 내려선 순간 ‘흥분으로 인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했고, 사람들도 그러려니 했는데, 사실은 그 순간 터질 뻔한 것은 가슴이 아니고 오줌통이었던 모양이다. 수십억의 인류가 동시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착륙 직후 약 30초간을 기도하는 자세로 엉거추춤하게 서 있었다. 누구의 눈에도 역사적인 순간에 가슴이 벅차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으로 비쳤으나, 사실 그는 그 시간에 팬티 안에다 오줌을 깔기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올드린은 뒤에 ‘당시 나는 신장이 좋지 않았다. 몸에 고장이 난 것이 밝혀지면 짤릴까봐 안 그런 척하고 참고 지냈는데, 그 순간 흥분 때문인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우주복을 입고 있으니 누가 알겠는가 하고, 엣다 모르겠다, 그냥 실례.... 해버렸다.’고 했다. 이에 덧붙이기를 최초로 달을 밟은 영광은 닐 암스트롱에게 양보했지만 대신 달에서 최초로 팬티에 오줌을 싼 기록은 내가 세운 게 아닌가.‘ 하고 낄낄거렸다고 한다. 역사적인 순간 척척한 가랑이로 어기적거렸으니, 그 불경죄가 하늘에 닿고도 남았겠는데, 무릇 역사적인 사건에는 ‘미화’라는 허울이 진실을 가리게 마련. 그 때 올드린이 ‘흥분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는 개떡 같은 말 대신 본능이 시키는 바대로 ‘으..... 시원~(부르르)’ 라고 했으면 진실이라는 보석의 빛이 보름달보다도 더 밝고 영롱하게 역사를 장식했을 것이다. 바둑에서의 반집은 어떤 판이건 역사적인 사건이다. 반집으로 명암이 갈리는 장면은 어느 경우 건 극적이며, 어떤 양상이건 경건하게 마련이다. 건곤일척의 대승부에서의 반집이건, 동네 골목에서 나무의자를 위태롭게 타고 앉아 투닥거린 판에서의 반집이건. 프로 기사들의 공식대국에서 반집이라는 것이 확정되는 순간, 그 즉시 감상을 말하는 대국자는 극히 드물다. 어느 정도 뜸을 들인 다음 말한다. ‘아쉽지만 역부족임을 인정한다’, ‘다 진 바둑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참으로 개떡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왜 반집이 확인되는 그--- 바로 그 순간 입술을 깨무는가. 무릇 유사 이래 모든 시인이 불면의 밤을 겹겹으로 쟁이고도 구하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는 그 절구를 왜 버리는가. 옛날 한 옛날 이창호가 아침의 해같이 떠오르던 그 옛날, 한 기사가 있었다. 20대에 입단을 하여 한때는 신예로 각광받기도 했고, 도전권 언저리까지 치고 올라가 청춘의 꿈을 부풀리기도 했다. 작은 성공의 희열을 선물받기도 했고, 영광의 문턱에서 절치부심하기도 했다. 바둑을 누구보다도 사랑했으나 그 사랑은 기약이 없었다. 30의 고개를 훌쩍 넘고, 40에 가까워지자, 기약 없는 그 사랑에 중년이라는 이름의 서리가 내렸다. 청춘을 하얗게 뒤덮은 그 서리는 짝사랑의 애절함을 안으로 궁글게 하여 가슴 속에 멍울을 만들었다. 그 멍울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종양이었다. 이창호의 등장에, 그 멍울은 허무라는 이름으로 갈고 닦였고, 회한이라는 껍질을 쓰고 가슴 깊이 숨어들었다. 이창호가 부동의 일인자로 올라서던 날, 그는 마지막 남은 불씨마저도 스스로 꺼버렸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허망한 불씨였지만 재는 남았다. 자조라는 이름의 상처였다. 그 자조라는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이무기의 침묵이라고도 하고, 사화산의 신음이라고도 했으나 그는 침묵도 신음도 믿지 않았다. 그의 나이 어느덧 40을 넘기고 있었고, 제2의 이창호, 제3의 이창호...... 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있던 어느날, 아무 특별한 의미도 없는 그야말로 어느날, 한국기원 5층 대회장. 아침 10시 중년의 그 기사는 모 기전의 2차 예선 1회전 바둑을 두기 위해 그곳에 나왔다.(당시 한국기원은 관철동에 있었으며, 5층에 대회장이 있었고, 그곳에서 주로 기전의 예선전이 치러졌다, 그 기사는 4단 이상 이였으므로 2차 예선부터 출전했다.) 평소와 같이 이야기가 될만한 점은 별로 없었으나, 그날 대국 상대가 개인적으로 아주 절친한 4, 5살 아래의 후배 기사였다는 것, 그 역시 그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2진급 중견이었으나, 그 가운데서는 비교적 열심히 두고, 또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는 성실한 기사였다는 것, 그리고 다음 상대(이기고 올라가면 상대해야 하는--- 그쪽은 추첨에 의해 부전으로 2회전에 올라가 있었다)가 운 나쁘게도 당시 제2의 이창호라고 불리는 막강 신예였다는 점이 약간 특별했다고나 할까. 대국장에 들어설 때 대진표를 건성으로 살펴본 그는 가벼운 웃음(예의 그 자조적인)을 날렸다. 오늘 이 친구하고는, 세 판 두어 한 판 정도는 이겼으니, 열심히 두면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을 잠깐고, 그 후배는 열심히 두니, 2회전에 올라가면 제2의 이창호를 혼내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고, 자신이 올라가 젊다 못해 어리기까지 한 제2의 이창호를 멋지게 한수 가르쳐 주는 상상도 물론 잠깐 했다. 그 상상은 순간적으로 가슴에 뜨거운 불길의 기미를 던져주었으나, 피곤과 자조라는 찬물에 맥없이 사그라져 버렸다. 그런 생각에 뒤이어, 오늘 바둑은 당연히 일찍 끝나게 되어 있으니---무슨 맛에 그렇고 그런 처지의 두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죄여붙이겠는가--- 오후에는 그동안 사범이라는 이름만 걸어놓고 소홀했던 소속 기원에나 들러봐야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렇게 하여 아무 부담 없이, 가벼운 농담을 타고 바둑은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특별할 것이 전혀 없었는데, 약 30분 후 약간 특별한 사태가 발생했다. 70여 수에서 백을 든 그 후배가 무슨 착각이 있었는지, 후수로 대마를 살려야 하는 자리에서 손을 빼버린 것이었다. 이 역시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흐흐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러고 바로 아차 하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힐끗 쳐다보는 후배의 표정이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배도 착수해 놓고 1초도 안 되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을 것인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프로의 공식대국에서 상대의 실착에 소리 내어 웃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자조의 대상이 된 지 오래라고 해도 그가 반평생을 바쳐온 프로의 길이었으므로, 후배 기사의 기분과는 관계없이, 있을 수 없는 무례였다. 그는 자신의 실수가 미안해서 돌통에 넣고 있던 손을 회수하여 양 무릎에 올려놓고 한동안 반성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그것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신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 1분 정도 묵념을 하고 있다가 천천히 돌을 하나 집었다. 실수는 실수, 승부는 승부. 상대의 목을 칠 때 머뭇거리는 것 또한 예가 아닌 법. 그는 상대의 대마를 잡음으로써 승부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려 했다. 그러나 분위기상 손놀림을 빠르게 할 수는 없었다. 천천히 돌을 들고 착점을 하려던 순간 아주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팍 쓰고 있는 후배 기사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흔히 본 표정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애고, 미안해라, 좀 웃어 주면 부담이 덜한 텐데, 하는 기분이었으나, 또 다른 기분이 뒤를 이었다. 터무니없는 실수 한번 했다고, 바둑 한판 졌다고 그렇게 인상을 구길 게 뭐람 하는 생각에 이어, 저 친구 내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 아냐? 이거 버릇없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점을 하려던 돌을 다시 돌통에 넣고 눈을 아래로 깔고 있자니 점점 더 기분이 이상해졌다. 뭐야, 이 친구. 저하고 나 사이에 그럴 수 있는 거야? 이거 아주 고약한데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심적인 갈등에 시달리느라 약 10여 분을 허비하고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 이것으로 바둑을 끝내버리자 하고 딱 소리 나게 한수를 두어 백 대마를 잡아버렸다. 좀 이른 수수이지만, 던지겠지. 30여 집을 아무 대가 없이 그냥 보테 준 결과니 더 두어 무엇 하겠어. 그런데 앞에 앉은 후배 기사는 인상을 우그려붙이고는 미동도 않고 있었다. 이번에는 당연히 그도 가만히 있었다. 5분, 10분이 지날 때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20분이 자나고 30분이 지나자 그는 참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나빠졌다. 이 친구 이거, 아주 고약한 데가 있군. 내가 잠시 나사를 풀고 있다가 웃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리도 기분이 나쁘다는 것인가, 이거 아주 불쾌한데! 가만, 평소 나에게 무슨 감정이 있었던 거 아냐? 그렇지 않고야 이렇게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렇고 있는 차에 상대의 착점이 떨어졌다. 어쭈, 안 던지겠다는 말이지? 좋아. 내가 평소 만만해 보였던 모양인데 어디 한번.... 그는 바둑판에 바싹 다가앉았다. 바둑은 볼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 흑승의 국면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그 바둑이 뒤집어져 버렸다. 120수 언저리에서 백이 이판사판 식으로 나오는 것을, 어쭈구리하는 기분에 다 잡아 버리겠다고 하다가 덜컥수를 두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머리가 하얗게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이번에는 흑이 30집은 모자라는 국면이 되었고, 더 해볼 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험악해 오는 호흡을 가다듬다가,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건 몰라도 네가 한 것만큼은 해주지. 나도 안 던진다. 그는 바둑판과는 아무 상관없이 30분을 버텼다. 그리고는 의미 없는 한수를 딱하고 소리 나게 찍었다. 후배 기사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바둑판에 머리를 박았다. 그 노골적인 표정이 더욱 기분이 나빴다. 뭐 그리 열 받아. 네가 한 건 생각도 않는 거야. 흥! 그는 침착하게 팔짱을 끼었다. 안 던진다. 50집이 모자라도.....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 바둑이 또 뒤집어졌다. 흑이 말도 안 되는 수상전을 하겠다고 덤빈 데 대해, 백이 한 집을 내버리면 유가무가인 자리를, 백이 터무니없는 자충수를 두어 단 한 수 차이로 죽었던 흑이 산 백을 잡아버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끝이었다. 더 이상 해볼 데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후배 기사는 던지는 대신 이를 모질게 갈아붙이고는 바둑판에 머리를 박았다. 그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주 몰판을 내버리겠다, 프로 공식대국 사상 최대 차 계가바둑을 기록해 주겠다. 그도 이를 갈며 바둑판에 머리를 박았다. 그런데 그 바둑이 또 뒤집어졌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헛패를 쓴 것이었다. 100집이 넘는 대마패에서 절대 패감이라고 단수를 친 것이 후절수에 걸려 아무 대가 없이 살려주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워낙 흑이 많이 이기고 있던 국면이라, 4, 50집의 손해가 결정적이지는 못했던 것이다. 반상은 시산혈해였다. 점심시간은 언제 있었느냐는 식으로 그냥 건너가 버렸고, 20여 판이 두어지고 있던 대국장은 파장을 맞이하고 있었다. 판을 마치고 자리를 뜨던 선배 노장 기사들은 미소를 지었다. “저 두 친구가 웬일이야? 요즘 형편이 아주 안 좋은 모양이군.” 2, 30대 후배 기사들은 나가려다 말고 하나 둘 근방으로 몰려들었고, 그 가운데 누군가가 계시기를 보더니 말했다. “에고고.... 초읽기 해야것네요. 사업부 불러요.” 퇴근 준비를 하던 사업부 직원은 한숨을 푹 쉬며 초시계를 들고 판 옆에 올라붙었고, 월간 바둑 기자도 카메라를 들고 달려왔다. 다음 달 바둑지에 <중견의 몸부림> 혹은 <처절한 황혼>이라는 제목의 화보가 실릴 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주변의 그런 소요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저 바둑판에 머리를 박고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흑백간에 돌이 모자란다 하여 옆판으로부터 긴급 공수되었고, 마지막 초읽기의 거친 호흡이 주변을 완전히 휘어잡은 지 한 시간이 지나 두 시간째에 접어들었다. 멀찍이서 구경을 하던 동료 기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씩 다가와 주변을 완전히 에워쌌고, 그 틈을 비집고 초읽기를 하던 사업부 직원이 머리를 내밀었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화급한 분위기에 화급한 문제였다. 그때 한발 뒤에서 어깨 너머로 구경을 하고 있던 나는 엉겁결에 시계를 받아들고 그 기사의 턱 밑에 바짝 붙어 앉았다. 담당이 아닌 제3자가 초시계를 든 것은 공식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일이었으나, 나에게는 두 번 다시 얻기 힘든 행운이 되었다. 내가 그 기사의 턱 바로 밑에 머리를 박고 앉은 것은 순전히 주변 관전객들에 떠밀려서였는데, 이것도 엄청난 행운이었다. 내가 초시계를 들고 앉아 열 번도 누르지 않아서 바둑은 끝이 났다. 정확한 수수는 오리무중이었으나 공배가 거의 없었고, 사석은 계가를 하는 도중 주변을 이 잡듯이 뒤져 다 정리가 되었고, 계가 결과 반면에 빈 자리도 별로 없었다. 계가 결과는 명료했다. 내 기억으로는 백집은 1집이 남았고 흑집은 6집이었다. 덤 5집 반에 백 반집승이었다. 주변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울려 퍼졌다. 그는 그 탄성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으나 다른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비스듬히 내게로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내게 보낸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대신 내 귀에는 똑똑히 들린, 다른 사람의 귀까지는 가 닿지 않은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아, X팔..." 아! 통한의 절규여, 진리의 섬광이여! 나는 글을 쓴답시고 만유를 섭렵하고자 했으나,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토록 명료하고 완벽한 언어를 접한 적이 없다. 아, ‘X팔’에 영광 있을진저! <이인환작가,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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