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석의 2선 착수는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

애초에 그 자리에 놓일 돌도 아니고 처음에 3선에 제대로 착수를 하려고 했는데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살짝 손을 뺐다가 착수를 하는 사이 순간 손에서 돌이 미끄러진 것이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4초나 있었으니 제대로 옮겨놓고 시계를 눌렀으면 될 일이었지만

올해 시간패를 3번이나 당한 백홍석은 순간 당황해서 시계를 먼저 누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는 승패와 관련이 없는 룰을 만들어 벌점을 받고 반칙패를 당한 커제의 사건과 동일하다

룰이란 것은 공정한 경기를 위해 정한 것이지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고 승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예를 중시하는 바둑에 있어서 이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계시기를 순간 늦게 눌러 시간패하는 것들까지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기계로 인해 패배를 당하더라도 기사들이 불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백홍석의 경우는 감독이 이의를 제기해야 심판이 검토를 하는 상황이었다

이희성 감독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희성 감독을 포함한 모든 이가 백홍석이 단순히 돌을 떨어트린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서 2선에 착수할 기사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기사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이희성은 팀이 승리하기 위한 기회로 포착했다

이희성은 바둑의 격을 떨어트렸다

백홍석은 무엇보다 이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