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 파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하지 않고, 도리어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집착 의지를 드러내 향후 대선정국이 '하나마나한 대선'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구도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선호하는 '압승 대선구도'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파면 선고를 한 4일 오후 위로차 관저를 찾은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30분 가량 만났다.

그는 그간 친윤 지도부의 노고를 치하한 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며 뜬금없이 '대선 승리'를 주문했다.

그는 국민의힘 탈당 여부도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일에는 나경원 의원을 관저로 불러 1시간 동안 만났다.

그러면서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관저 앞에서 시위를 하고, 헌법재판소에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그간 가장 전투적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계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저서를 공동 집필해 출간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를 비난한 뒤, "우리 당의 기강을 바로 잡고 하나로 나아가야 한다"며 친한파 숙정을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나 의원을 윤 전 대통령이 불러 노고를 치하한 것은 국민의힘 차기 당권 또는 대선후보 적임자로 '호위무사' 나 의원을 지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후 지금까지 언제 한남동 관저를 떠날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헌재 파면 선고 전에 전혀 이사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직 복귀를 철썩같이 확신했던 것 같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파면직후인 4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8.6%가 "윤 전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로서 자숙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면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선에 개입해야 한다"는 20.6%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ARS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8%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내주부터 내란죄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위헌, 위법 판정에도 불구하고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계속해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힘 입장에서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총선 참패때도 그러했듯 대선 국면에도 계속해 '애물단지'로 작동할 전망이다.

윤두창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