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다 : 락스. 온 더 락 통합 소설

늦은 밤, 도심의 한 구석에 자리한 작은 바, 네온사 인의 불빛이 깜빡이는 가운데, 나는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갔 다. 바텐더는 익숙한 듯 나를 반기며 물었다.

"오늘은 뭐로 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락스 온 더 락으로 부탁해 요."

바텐더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바 뒤 로 가더니,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하얀 액체를 따 랐다. 그 모습이 마치 예술작품을 만드는 듯했다. 유리잔 이 나에게 건네지자 나는 천천히 들 어올려 한 모금 마셨 다.

입안에 퍼지는 알싸한 느낌.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깨끗한 향. 이건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마치 나 의 모든 고통과 고민을 씻어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텐더가 말했다. "힘든 일이 있었나 보네요." 나는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가끔은 이런 게 필요 하더라고요." 바텐더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빌딩숲 속 깊은 아래 희미한 조명이 있는 바, 습하고 젖은거리에 터벅터벅 쓸쓸한 발걸음을 옮기는 나그네, 무 겁고 삐걱거리는 바로크식 문을열고 들어가 바테이블에 앉았다.

바텐더는 물었다 "오늘도 쓸쓸함 한잔 드릴까요?"

"오늘은 락스 온 더 락 한잔에 손소독제 조금" 바텐더는 금새 얼음이 채워진 시원한 잔에 에어링이 완벽 하게 된 청소용 락스를 한잔 부었다.스포이드에서 한방울 떨어지는 손소독제는 오늘따라 예쁘게 보인다 바텐더는 말했다.

"오늘은 공짜입니다" 내가 마지막 손님인가 보다

향을 음미하며 한모금 적시니 오늘 있었던 고통과 절망, 외 로움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다

어느새 한잔을 다 비워버렸다. 몸이 뜨거워지며 정신이 몽 롱하다

오늘 느낀 외로움은 한잔으로 부족하다 같은걸로 한잔만 더 마셔야 겠다

어두운 바에 버버리 코트를 입 고 독한 향수를 덮어쓴 남 자가 들어섰다. 손골에 깃든 쓸쓸함 을 떨쳐내려는 듯, 눈 을 내리 깔고 바텐더에게 속삭였다.

"락스 온 더 락으로, 한 잔!" 바텐더는 남자의 망설임 없 고 냉정한 주문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남자의 눈빛은 확 신으로 가득차 전혀 흔들리지않았다. 세상이 엉망인 듯, 독한 청소약조차 그를 깨끗하게 할 수 없다는 듯이. 바텐 더는 남 자의 패기에 눌려 이내 무겁게 숨을 내쉬고 얼음 을 담은 락스 잔을 그 앞에 밀어 놓았다 한잔이면 충분 할 거 야." 남자는 잔을 들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잔에 얼음 이 부딪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