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강박증을 자극할 수 있으며, 일단 보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성질이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당신은 궁금증에 글을 계속 읽다가 특정 영화를 이전처럼 재밌게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이상한 강박증이 있음. 개연성이나 핍진성의 기준이 엄격한데,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보면 바로 집중이 깨지고 흥미를 잃어버림.
스티븐 시걸 나오는 영화를 못 보는 이유가 그거임. 이 양반은 작은 권총으로 헬기 로터를 쏴서 격추시킴. 근데 터지는 장면은 항공유가 한번에 다 발화하는 장면임. 심지어 장전도 없이 계속 쏨. 장면 이후 쭉 이 생각만 가득해서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지.
친구가 그레라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난 이것도 못 봄. 살짝 줄거리를 보니 은하 이상 크기의 로봇이 나오더라고. 일단 내가 아는 물리적 상식으로는 그 수준의 거대 로봇이 인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없음. 중력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재료로 들어가면 진짜 정신병자 소리 들을 거 같으니까 생략할게.
무협 영화는 어때? 주인공이 여러 명의 적과 싸우는 장면 가만히 보면, 주인공과 싸우지 않는 배우들은 허공에 휘적대면서 때릴 수 있음에도 놀고 있다고. 그거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무협 영화 못 본다 진짜.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따지고 다니는 그런 쓰레기는 아님. 대놓고 코믹이나 B급으로 출발하면 그 세계관 안에서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임. 문제는 하드 사이언스 픽션을 주장하면서, 개연성이나 핍진성이 내 기준에 어긋나는 경우임. 내가 선택할 수 없이 그냥 거슬려서 참을 수 없음. 대표적인 예시가 인터스텔라임.
난 정말 단 하나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어떻게 밀러 행성의 해일이 그렇게 클 수 있는 거지? 그 수준의 조석력이 발생한다면 밀러 행성의 대기는 벌써 다 날아가 기압이 낮아졌겠지. 그리고 행성 온도가 치솟아서 액체 물이 존재할 수도 없었을 거고, 그 작용은 이미 꾸준히 일어났을 테니 기체와 수증기가 가르강튀아로 꾸준히 유입되어 미친 감마선을 뿜어 대는 지옥이잖아? 혹시 주인공 일행은 감마선에 뇌가 익어버려 환상을 본 게 아닐까? 인터스텔라(인셉션)...
밀러 행성에 방문한 일행과 궤도에서 대기하던 사람 관성계 차이도 좀 이해하기 힘들어. 영화에서 연출 된 장면으로 보면 밀러 행성에 방문한 쪽 시간이 극단적으로 느리게 흐르잖아. 근데 밀러 행성에서 별다른 도움 없이 이족보행이 가능하지. 이건 관성계 차이를 만든 중력이 밀러 행성의 것이 아니라, 가르강튀아의 영향이란 얘기거든. 밀러 행성 중력이 강해서 시간 지연이 일어난 게 아니라, 가르강튀아라는 초거대 비활성 black hole의 중력이 너무 강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지. 그 수준의 초거대질량 black hole의 중력장은 범위가 아주 넓거든. 영화에서 묘사된 수준의 시간 지연이 발생하려면 인간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단 말이지. 근데 영화 장면을 보면 밀러 행성 궤도에 있었다니까? 밀러 행성에 방문했던 일행이 궤도 우주선에 금방 도착함. 여기서 파생되는 의문이 진짜 엄청나게 많아. 그 우주선은 도대체 어디에 있던 걸까? 밀러 행성 궤도를 돌고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가르강튀아에 더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했을 테니 혼자 늙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고, 밀러 행성 궤도를 돌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기술로 가능했는데?
그러니까 상상을 하자면... 가르강튀아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도는 밀러 행성보다 더 먼 반지름(영화에서 나온 시간 지연이 가능한 수준의 거리)을 두고 따라서 돈다? 질량체인 우주선이 그 속도로 움직이면 자체적인 시간 지연이 발생해서 결국 다르게 늙는 경우는 발생할 수 없거든.
아예 우주선이 밀러 행성 궤도와 다른 위치에 있다? 그러니까 가르강튀아를 공전하는 밀러 행성과 별개로 우주선이 멀리 떨어져 정지한 상태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나게 거대한 가르강튀아를 초고속으로 공전하는 밀러 행성의 주기에 맞춰 도킹이 가능해야 하잖아? 만약 타이밍 잘못 맞춰서 반대편에서 일행이 나온다면 다시 만나려고 몇 세대 걸리지 않을까? 심지어 강력한 중력권이라 관성계에 따른 보정도 필요하네? 그런 계산이 가능한 슈퍼 컴퓨터가 있다면... 그 경이적인 기술력으로 그냥 지구를 살리면 되잖아?
내가 인터스텔라 보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했던 생각들이 이런 거지. 솔직히 스스로도 참 성격 더럽다고 느껴. 근데 조절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신경을 쓰기 싫어도 박살 난 개연성과 핍진성을 느끼고, 계속 생각하게 되는 성격이야. 이런 나를 만나는 사람은 하루 기분이 더럽겠지만, 평생 이러고 사는 나는 얼마나 괴롭겠어?
그래도 이건 베이스가 영화라는 측면에서 관용이 가능하거든? 내가 이상한 놈이지, 영화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야.
근데 나거한은 현실이란 말이지. 이 새끼들 완전 진지해. 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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