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사람들은 끔찍한 고통에 진저리 치면서도 여전히 악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모른다. 나는 그것이 안타깝다. 

'열심히 말고 잘해라'는 이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의미로 보면 과정은 중요치 않고 결과를 보겠다는 뜻이며, 이 말이 대부분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중소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밌는 일이다. 이런 말을 하는 룸빵듀오는 정작 결과만 놓고 보는 경쟁 환경을 겪은 적이 없으며, 결코 살아남을 수도 없으니까.

구조적으로 뜯어보면 진정한 악을 마주할 수 있다. 그건 세뇌이며,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웃는 얼굴, 농담으로 다가오는 끔찍한 종류다.

'열심히 말고 잘해라'

정작 '어떻게'에 해당하는 매뉴얼이나 인수인계, 구체적인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그러한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저 말은 알아서, 눈치를 살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해내라는 의미다.

이게 악마적인 이유는 다층적이다. 은근히 불법이나 뇌물을 요구하는 사람은 절대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법이 없다. 그럼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열심히 말고 잘해라'와 같은 형태로 애매하게 전달하면 추후에 문제가 생겨도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쟤가 혼자 알아서 한 일이다'와 같은 형태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렇게 가르친 적 없다'와 같은 책임 회피가 가능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역으로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냐?'라고 치고 들어올 수 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신입 사원은 제대로 된 인수인계나 교육, 매뉴얼도 제공 받지 못한 환경이다. 모두가 새롭고 낯설다. 다들 무표정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와서 웃는 얼굴로 농담을 하면서 다가온다.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상황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다.

"열심히 말고 잘해야지~ 여긴 학교가 아니잖아? 야야, 나 때는 훨씬 심했어~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거야~ 아, 그럼 이거 좀 해와라."

이제 신입은 권한과 책임의 비례, 신의칙, 황금률이 모두 무너진 상태가 된다. 이상한 방식으로, 이상한 일을 하게 된다.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어도 강한 공격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피드백이나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짜증과 조롱, 갈굼이 이어진다. "야 내가 이따위로 하라고 했어?", "이딴 게 성인이 만든 수준이냐? 너 학교 안 나왔어?" 이 과정에서 신입은 방법도 모른 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스로 배운 상식이나 판단이 흐려지며, 이렇게 갈구다가 막판에 웃는 얼굴로 마무리가 들어간다.

"하~ 이거 완전 꼴통이네. 야야 됐다 하지 마라. 내가 바랄 걸 바래야지. 요즘 애들은 헛똑똑이라니까. 그래도 수고 했다."

이제 신입은 검증 능력이 점차 사라지며, 감히 흉악하게 사람을 세뇌하고 조종하려 한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다. 제대로 된 방법이나 의도는 알려주지 않은 채, 알아서 맞춰보라는 식이기에 신입은 언제나 상급자의 눈치만 살피게 되며, 매 순간 불안하고, 매 순간 주요 판단을 상급자에게 맡긴다. 진행이 되면 공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적인 영역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신입이 정신적으로 강인하여 세뇌가 통하지 않는다면 집단 따돌림으로 차단한다. 그렇게 신입은 다른 신입이 들어와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단절된 인간이 된다. 이 경우도 문제가 생기면 상급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책임이 전가 된다. 어느 쪽이든 인간의 정신은 병들어 죽는 것이다.

이딴 최악의 세뇌, 비 윤리적으로 타인을 조종하려는 악마의 형태를 두고 이 공동체는 '길들이기'나, '기강 잡기'란 이름을 붙인다. 아주 평범한 문화인 셈이고, 진정 악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권한과 책임의 비례, 황금률, 신의칙이 모두 사라져 사회적 신뢰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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