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에 블랙타운이라고 시드니 근처 도시에서 스캠을 했었음.

마침 1월 말에 쥐붕이는 시드니 출장이 있었고, 하루는 점심 시간대에 블랙타운에서 미팅이 잡혀서 후배를 데리고 스캠이나 구경가기로함.(칩팬임)

나름 사인도 받아보겠다고 머물던 호텔에서 메모지 북 뜯어가지고 블랙타운으로 갔음. 꽤 크더라. 야구장도 한개가 아니고, 종합 스포츠 타운이었음. 한쪽면에 타자들이 훈련하고 있어서 글로 갔는데.

개민망하게 구경온게 우리 둘뿐임 ㅋㅋ 아무튼 배터박스 뒤쪽에 자리잡고 서있었음. 채은성이 들어오는게 보였음.
'그래, 채은성 스윙 괜찮지.' 칩팬 후배한테 보여줄 구경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생각했음.

그런데 갑자기 고개를 갸웃갸웃 하더니 허공에 스윙 몇번하더니 들어감 ㅋㅋ. 바로 정주현이 배터박스에 나타남.

"딱!"

"형님 정주현은 여기도 못넘기네요."

내가 화를 다스리며 대답했음.
"잠실 특성상 라인드라이브를 연습하는 것이다."

근데 바로 다음에 오지환 들어와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려보내더라. 존나 할말 없어짐.
(그래도 그해 정주현은 커리어하이 87안타를 기록하며 나의 체면을 살려줌)

아무튼 싸인도 받자니 너무 애매하고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몇명이 안보임 ㅋㅋ 1월 호주가 덥긴더워서 실내에 있나보다 생각하고, 원래 예정된 미팅에 감.

그리고 이제 점심도 못먹고 일을 해서 초저녁(5시 전쯤) 부터 배가 고프더라고. 제대로 먹자 싶어서 내가 이전 출장때 뚫어놓은 웨스트라이드(코리아타운) 쪽 횟집엘 갔음.

횟집 문을 딱 열었는데
멀끔하게 차려입은, 콧수염을 삼삼하게 기른 안경낀 사내와 눈을 마주침. 혼자 회 한사라에 쇠주의 낭만을 즐기고 계셨음.

아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여기 계셨구나 싶어서 살짝 쳐다봤는데, 약간 당황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새침한 표정을 짓더니 본인 앞에 놓인 회접시에 다시 젓가락질을 시작했음.

근데 이게 느낌적인거긴 한데 이상하게 젓가락질이 좀 빨라보이더라. 그래도 알뜰하게 거의 다 드시고 홀연히 가심. 쇠주를 남기시긴 하셨는데 그분이 우리 따위를 의식해서 남기신게 아니고 그냥 훈련을 위한 적당량을 섭취하셔서 일어나신거라고 아직도 믿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