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내가 똑똑한 줄 알았지

어쩌다 간 회사도 교수 추천서 없었음 못들어 갔을텐데

재수없게 굴다가 사수한테 개털리고 그만두고

편해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계기사 딴다고 공부해서 운좋게 붙어버리니 더 기고만장해져서 눈만 높아지고

멘탈은 유리멘탈이라

대기업 면접 한번 떨어졌다고 멘탈 나가서 아무데나 간다고 회사명도 안보고

집주변 입사지원서 뿌렸다가 전화온데 취직해서 맛만 볼까 하고 다녔다. 

기사자격증이랑 1도 상관없는데라 급여도 개씹망이었는데

일이 쉽고 업무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그대로 시간 흘러갔다.

시간 지나서 설계자리 뽑는다길래 옴겨달라해서 부사수 키워놓고 설계로 들어갔는데

회사에 전무후무 설계가 나혼자임

가공업체 사장이랑 박터져 가면서 장비 제작도 만들어내서 외주서 만들던거 자체생산으로 돌렸다.

성과까지 나니까 이제 아주 눈이 하늘을 찔렀지

그러고 나니까 밖을보게 되더라 

같은 직종의 다른사람은 얼마벌지? 난 왜 이거밖에 안주지?

내 실력이 ㅈ도 없는걸 인지도 못했다

돈으로 서운하게 한적이 많아서 돈만보고 규모있는곳으로 이직해서 성공하나 했는데

이직해간 자리는 팀원도 다 안갖춰진 신생부서에서 성과를 내란다. 막내도 하나 키우면서 말이지

겁이나더라. 나는 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물어볼 팀장도 들어온지 한달밖에 안되서 인사하러 다니느라 바쁘고

거기서 내가 대리로 중간역할을 해보려고 하니 분수에 벅차더라...

그러고보니 도망갈 이유를 하나하나 찾는 병신같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다닌 ㅈ소는 그렇게 ㅈ소도 아니었고

6시면 퇴근하고 주말에쉬고 빨간날 다쉬는데 급여만 좀 짠 회사 였던거지

그래서 자존심 다 굽히고 때려친 회사로 돌아왔다.

재입사하고 2년하고도 몇달... 다시 때려 치면서 느낀다.

수많은 자기 객관화를 마치고선

이제는 처음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삶을 위해서 목표에 필요한 자격증, 목표에 필요한 직업을 구해 살 계획이다.

나이가 적지 않아서

이번 도전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더는 잘난체 하지 않고 똑똑한 척 하지 않고 남보다 나은 척 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다른사람들 처럼 살거다... 내 분수를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