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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2-1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3 02:31:13
조회 329 추천 17 댓글 6

“뭐, 사람 많은 게 정 싫으시면 어디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것도 괜찮고요. 여기보단 사람 사는 냄새도 나고 좋을…….”


그러나 하려던 이야기를 전부 마칠 수는 없었다.


“또 이상한 소리 하지, 또.”


B가 갑자기 A를 꼬집었던 까닭이다.


털 부숭부숭한 손이 A의 볼에 맞닿았다. 쓰다듬듯 가볍게 만지작대던 손가락은 별안간 A의 볼살을 한 움큼 부여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수염 자국 하나 없이 말랑말랑한 살은 무슨 고무라도 된다는 양 신축성 좋게 쭉 늘어나기 시작했다.


진지하다기보다는 장난 섞인 행위에 가까웠다. 꼬집는 당사자가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찢어발기는 B라는 문제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A는 오만상을 찡그린 채로 팔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반쯤 감긴 눈에선 눈물이 저절로 핑 돌았다.


“아니, B 씨. 아파요. 진짜 아프다니까요!”

“아프라고 꼬집었지, 그럼.”


한참이나 남의 볼을 가지고 놀던 B가 끝끝내 손을 놓았다.


“예쁘다고 꼬집었겠냐.”


씩 웃는 모습을 보니 힘 조절은 착실하게 한 모양이었다.


얼얼한 볼을 문지르던 A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볼을 꼬집혀 화가 났기 때문은 물론 아니었고, 기껏 꺼낸 제안을 허무맹랑하게 여기는 태도 때문이었다. 마치 방금 계획에 실현 가능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벌게진 볼 언저리를 툭툭 두드린 B가 팔을 위쪽으로 옮겼다. 큼지막한 손바닥이 곧 A의 정수리 전체를 덮다시피 하고는 쓱쓱 쓰다듬기 시작했다. 머릿결 사이를 헤치는 손가락은 두툼하고 부들부들했다. 방금과 달리 세상 조심스러운 움직임이기도 했다.


“아니……. 그렇게, 쓰다듬지 마시고요.”


꼬집혔을 때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A가 허둥거렸다. 이상하게도 B가 이렇게 제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민망함이 배가 됐다. 따지고 보면 볼 장이란 볼 장은 다 본 사이였음에도 말이다. A는 제대로 저항하기는커녕 눈자위만 떼굴떼굴 굴려 옆을 힐끔거리기나 했다.


늑대는 묘하게 가라앉은 낯빛이었다. 깜깜한 어둠에 조명마저 없어 제대로 분간할 수는 없기야 했지만 말이다. 희미한 달빛마저 등져 어슴푸레한 얼굴, 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검붉은 눈동자. 주둥이를 씩 치켜세웠지만 썩 쾌활하게 보이지만은 않는 미소.


착잡함. 울적함.


아니, 그보다는 죄책감에 가까울…….


“고맙다.”

“네?”


마냥 눈치만 살피던 A가 나지막이 헛기침했다.


“고맙다고. 그냥.”


난데없는 이야기였다.


괜스레 머쓱해진 A는 볼이나 긁적였다. 과연 자신이 감사를 받을 만한 일을 하기는 했을까, 싶었던 까닭이다. 굳이 따지자면 정반대에 가깝지 않겠는가. 상대가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무얼 어쩌기는커녕 무력하게 입에 발린 소리나 하고 앉아 있으니.


“……그렇게 고맙다고만 하지 말고,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시라니까요.”

“나갔다가 잡혀가면 어쩌려고, 인마.”

“잡아가는 사람 다 때려눕히면 되죠?”

“그게 뭐야.”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늑대가 킬킬댔다.


“다 왔네.”


그러곤 앞쪽을 턱짓했다.


기다란 숲길도 어느덧 끝을 보였다. 우둘투둘한 오솔길 너머 수풀 사이로 문명의 불빛이 어른거렸다. 포장이 벗겨진 아스팔트 도로, 차량도 행인도 없이 휑한 거리. 이따금 깜빡대는 가로등 사이론 작은 버스 정류장 하나가 덩그러니 설치되어 있었다.


못내 아쉬워진 A가 상대에게 양팔을 뻗었다. 그러자 B 또한 기다렸다는 듯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혀 상대를 마주 끌어안았다. 단단하면서도 푹신한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니 그제야 헤어져야만 할 시간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실감되는 듯했다.


얼굴을 처박은 자세 그대로 A가 웅얼거렸다.


“그럼 금요일에 봬요.”

“그래.”


정수리에 턱을 얹은 채로, B가 대답했다.


신호등을 건너 버스 정류장에 착석했다. 노곤함으로 어깨를 주무르는 와중에도 시선만은 도로 건너편에 고정되어 움직이질 않았다. 대뜸 손을 들어 마구 흔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변에 의심이라도 살까 싶어 차마 그러질 못했다.


그늘에 몸을 숨긴 남자 또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겨울에 춥지도 않은지 추리닝에 민소매 티셔츠만 걸친 채였다. 한쪽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늑대는 나머지 손을 느릿하게 흔드는 와중이었다. 검회색 털로 도톰한 꼬리는 바닥으로 향해 미동도 없었다.


한참이나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B가 문득 주둥이를 뻐끔댔다.


‘잘 자.’


제대로 해석할 수는 없었다만, 아마 이런 뜻일 터였다. 씩 웃은 A도 주변 눈치를 보면서 입술을 벙긋벙긋 움직이기 시작했다.


‘B 씨도 잘 자요.’


늑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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