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거지흙수저점갤러소설...................4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04 23:36:52
조회 433 추천 15 댓글 4

풀어헤친 하복 단추, 검은색 반팔 티셔츠.


쫑긋 세운 귀, 쭈뼛 선 꼬리.


늘 그러하듯, 내게 고정한 한 쌍의 시선.


“얘기 흠, 끝났냐?”


최호범이었다.


“어디 아파?”


그런 녀석은, 불쑥 이런 것을 물어 보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지금 녀석을 이렇게 맞닥뜨리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까닭이다. 하교 직전에 다른 반 친구끼리 당구장 간답시고 우르르 몰려나가지 않았었나. 나한테도 권했던 것 같은데. 나는 단칼에 거절했고.


당혹감 섞인 시선으로 녀석을 훑었다. 내 앞에 우뚝 멈춰 선 최호범은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와중이었다. 창밖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음에도 짐승의 동공은 동그랗게 부풀어 있었다. 걱정과 어색함이 얼기설기 엮인 눈빛이었다.


그렇게 심각한 몰골인가 싶었지만, 그뿐이었다. 상황 파악을 마친 나는 끝끝내 부스스 웃었다. 그러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방을 고쳐 멘 뒤 볼을 매만졌다. 서너 번 정도 문지르니 얼음장 같은 차가움도 차츰 가시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이제 보니 목소리마저 갈라져 있었다. 목을 가다듬은 내가 말을 이었다.


“교무실 안에, 되게 춥더라고.”


정말 춥다는 양 으슬으슬 떠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농담에 가까운 몸짓에 녀석의 걱정도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싶었다. 세상 빤한 시선만은 전혀 거두지를 않았지만 말이다. 마주하기만 해도 모공이 절로 송연해지는 맹수의 두 눈.


“호범이 너는?”


그것이 껄끄럽기 그지없었다. 눈을 슬쩍 피한 나는 교무실 쪽을 턱짓했다.


“교무실에 볼 일 있어?”

“어? 아니. 그…….”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녀석이 고개를 도리질했다.


“같이 가려고.”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상당히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입술을 헤벌린 채로 녀석을 바라보기나 했다. 다소 빈약한 서술이었음을 인지한 듯, 헛기침을 내뱉은 녀석이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상당히 허둥거리는 모양새였다.


“엄마가 심부름 시켰는데……. 음. 그래서 같이, 가게 가려고.”


덧붙인 설명조차 두서가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그럭저럭 이해할 수는 있었다. 아주머니께서 녀석에게 무슨 심부름이라도 시켰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반찬을 좀 사 오라고 말이다. 혼자 가도 될 것을 굳이 나와 가려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마는.


“그래?”


굳이 물어볼 생각까진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널찍한 어깨 너머를 눈짓했다.


“가자, 그럼.”


녀석은 쭈뼛쭈뼛, 고개를 끄덕였다.


하교 시간을 한참이나 넘긴 교정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한밤중까지 학교에 남아 자습해야 하는 고학년들만이 급식실 부근에 조금 몰려 있을 따름이었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부턴 달짝지근한 탕수육 냄새, 그리고 짜장면 냄새가 풍겨 왔다.


군침을 돋우기보단 더부룩함이 앞섰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는 최대한 멀쩡한 척, 빠르게 바깥으로 나갔다. 8월을 앞두고 한결 더 후텁지근하고 눅눅해진 공기. 거센 발길질에 축구공이 튀어 오르는 소리가 운동장으로부터 들려왔다.


“당구장 간다고 하지 않았어?”


학생이 옹기종기 모인 운동장을 멀거니 바라보던 내가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 한쪽 무릎을 꿇고 신발을 갈아 신는 최호범이 보였다. 덩치가 어찌나 커다랬는지, 일어서 있는 나와 높이 차이가 그렇게 크게 벌어지지도 않았다.


“그냥 안 갔어. 심부름 때문에.”

“아쉽겠네.”

“아, 아니. 별로.”


세상 칼같이 돌아온 부정이었다. 의아했던 내가 최호범을 멀뚱멀뚱 보았다. 시선이 맞닿자 주둥이를 느릿하게 뻐끔거리는 호랑이 한 마리.


“……재미없거든.”


방금과는 달리, 한참을 뜸들인 대답.


-

11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12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사회생활 대처와 처세술이 '만렙'일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31 - -
공지 점퍼 갤러리 이용 안내 [7141] 운영자 08.02.19 258916 267
3312672 삼상기담 수인 낙서 [2] 베이징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8 27 4
3312671 머해 얘들아 [9] 빵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1 35 0
3312670 벌크업 연속으로 쌓는 코라이돈 ㅇㅇ(61.77) 02:16 35 0
3312669 채찍피티로 실사를 수인으로 바꾸기 재밌네 마눌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43 0
3312668 과제다끝냈어놀아줘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5 51 0
3312667 6시 기상해야대는데 큰일남 [8] 갈매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2 46 0
3312666 쳇지피티 핑계로 몸사인증한련들 도킹명단에 넣음 점갤러(106.101) 01:50 43 0
3312665 나서수 신스킨 나옴 [1] ㅇㅇ(14.37) 01:47 52 0
3312664 치즈라면의 추억 [7] 인트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8 45 0
3312663 nviek아 [1] 냐스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2 56 0
3312662 찬덕이 방송와서 그릴거 추천하면 그려드립니다 베이징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5 40 0
3312661 뼈댕 (데부) [9] 베이징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4 161 11
3312660 속보!!!!!)나서스 신스킨 공개 [6] 야끼니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1 100 0
3312659 졸리면 당당히 화장실 다녀와도 되냐고 물을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0 24 0
3312658 술 한잔 했습니다 [12] 빵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7 48 0
3312657 샤워언제하지... [3] 무무2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3 32 0
3312656 잠안와서엉엉우는중... [2] 그뉵수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9 37 0
3312655 명작이야 [1] 파란마카롱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8 47 0
3312654 만우절 지난 만우절 짤 [8] 저에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1 171 12
3312653 5시부터 lck보다가 10시에 닌다 보기 [2] 야끼니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1 43 0
3312652 그래서이제뭐함 [1] 베이징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8 35 0
3312651 결국 방종했어 [3] 하우스펫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6 68 0
3312650 skrtj [6] 옹골찬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4 91 9
3312649 호랑이는 뭔가 맛이안사네 [11] 존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1 105 0
3312648 난 내일 출근 안해. [3] 낙서댕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9 48 0
3312647 오늘 오후 10시 닌텐도 다이렉트 예정 [11] 야끼니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7 57 0
3312646 셋스씬 잘 못쓰는 이유………………………… [2] 언양불고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3 49 0
3312645 아 9시수업진짜뒤지게가기싫네 [4] 쑥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3 44 0
3312644 인생쳐망한이유...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8 46 0
3312643 예전에 실사ai셀카 프사해둔것들은 보면 별로였음.... [4] 무무2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7 63 0
3312642 스모크룸 디게 재밌네 ㅋㅋ [3] 시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7 69 0
3312641 지브리 프사하면 양심없는걸까요.... [12] 무무2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5 82 0
3312640 아무도 안오네... [8] 하우스펫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0 86 0
3312639 그림방종 [3] 쑥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0 74 3
3312638 챗지피티 재밌긴하네 [28] 아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9 110 0
3312637 내그추. [11] 낙서댕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9 83 0
3312636 잘자뽀뽀쪽 [1] 그뉵수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8 31 0
3312635 나는근육수컷짐승초거근자지를빠는반육십동정처녀솔로다 [6] 사료수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8 61 0
3312634 싫어 츌근하기 싫러 [2] 마눌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3 29 0
3312633 내일또출근을해야하는구나 [8] 스트린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1 53 0
3312632 양파는 왜치킨이랑 어울릴까 [12] 무무2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1 57 0
3312631 퍼슈트 캠방하면 옴? [4] 하우스펫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8 79 0
3312630 머야... 벌써 만우절 끝이야? [3] 빵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7 53 0
3312629 추구미 [4] 야끼니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2 39 0
3312628 왜갤죽 [8] 점갤러(116.34) 00:11 44 0
3312627 발냄돔탑은 어디애 [3] 멍멍이괴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3 52 0
3312626 만우절 끝났으니 진짜 자지인증 [1] 아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81 0
3312625 빠아아아아아아아앙ㅋㅋㅋㅋㅋ [6] 야끼니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65 0
3312624 아~ 벌써 만우절이 끝났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37 0
뉴스 ‘폭싹’ 박해준 “임상춘 작가, 실제론 작품 깊이보다 의외” [인터뷰④] 디시트렌드 04.0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