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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전문대생의 이력서 두통 (스크롤 압박이니 싫은횽들은 패스)

나그네 2007.01.31 02:08:48
조회 858 추천 0 댓글 14


가끔 취겔에 와서 이것저것 보는 직딩이야. 와서 택시 아저씨 글보고 헤벨레 좋아하는 그런 단순한 인간이야. 글들을 좀 주욱 읽다보니까 그냥 뭐랄까. 세상사는게 A 라는 인풋이 들어간다고 해서 꼭 A 가 나오는 것은 아닐텐데 대학 입학과 더불어 죽을때 까지의 인생이 규정된 것처럼 말하는 횽들도 있고 해서.. 그냥 가볍게 내 이야기를 써봐. 하긴. 맞어. 우리나라 이제 개천에서 용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는게 정설 인가봐 고학력자는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버니 애들한테 투자도 많이 하고 꼭 정비례 하는것은 아니지만 또 그 애들은 학교도 좋은데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 좋은 학벌을 바탕으로 또 급료가 좋은 직장에 다닐수 있지. 이렇게 학력의 세습이 또 부의 세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봐. 이제 내 이야기를 잠깐 할께. 난 지방 전문대를 나왔어. 졸업평점이 2.4 야. 토익은 없어. 난 건축설비과를 나왔는데 90년대 중반 정도에는 인기가 많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유관기업에 취직들 잘 했었어. 고딩때 나름공부를 잘 해서 연대 넣었다가 나중에 캐관광 당하고 재수 했는데 조낸 놀아서 점수가 무한대로 떨어지고 집에서 3수는 없으니 아무데나라도 들어가라고 해서 집에서 가까운 전문대를 갔어. 입학후 맨처음 시간에 열역학 시간에 시그마가 다시 나와서 바로 책 덮고 술먹으러 나가서 다신 학교에 오지 않았어. 1학년 1학기 평점이 0.86 이 나왔어. 그런식으로 1년 인생을 살았어. 그리고 군대 갔지. 군제대후 어떻게 좋은 기회가 생겨서 미국에 가게 되었어. 부모님이 뭔가 돌파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나봐. 이상하게. 가서 정말 열심히 했나봐. 가기전에 영어 천단어도 모르고 전자사전 하나 달랑 들고 갔었는데 몇가지 공부에 자신이 붙어서 즐겁게 공부를 했어. 거기 선생이 주립대 학교 말을 꺼내길래 토플 보고 UCSD 에 진학을 했어;; 2학기를 지내고 잠깐 한국에 돌아왔는데 불과 한달만에 IMF 터지고 아버지가 직장서 명퇴 하시더라. 그당시 아버지가 퇴직금을 가지고 몇개 투자를 하셨었는데 역시 홀랑 말아 드셨어. 다시 돌아가야만 해. 가서 학업 마쳐야 하는데... 돈이 나올 구멍도 없었어. 그래서 심플하게 포기했어. 여기 형들은 어떻게든 가서 뭐라도 했겠지만 난 너무 좌절이 커서 손하나 까딱 할수가 없더라구. 그 뒤.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중국음식을 배달 했어. AID 아파트 주변에서. 잘나가는 유학생질 하다가 짱깨 배달 할려니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일단 사람들이 배달원 따위는 많이하대 하니까 많이 속상 했었어. 다 인생공부였을까... 1년정도 하니까 꽤 돈이 모여서 그돈으로 원래 다니던 전문대 야간에 재입학해서 남은 1년을 다녔어. 1학년때 너무 쳐 놀아서 졸업학점이 안나오니 주야간 다 들었지. 아침 8시에 나가서 11시에 집에 들어왔어. 단순히 수업만 듣는데 말야. ; 암튼 졸업은 대강 했으나 알다시피 당시 경제가 완전 좆병신이라 야간 전문대생 따위가 갈데가 없었어. 학점도 2.4. 인제 막장인생 테크트리 탈일만 남은거지. 일단 갈데가 없으니 놀았어. 놀다보니 심심해서 PC 를 하나 구했지. 그전에는 잘 몰랐어 그냥 일반적으로 사용만 했지 뭐. 근데. 이상하게 하드웨어가 너무 재밌는거야. 하이텔 같은데 가니까 뭐 업그레이드 어쩌고 하길래 적어두고 뭔가 해보고.. 다음엔 또 뭔가 해보고 열심히 잡지읽고 그리하다 보니까 실력이 꽤 늘어서 주변사람들 조립해줄 실력이 된거야. 그러다 보니까 그런쪽으로 자격증이 있다는걸 알게 됬어. COMTIA 에서 하는 뭐 개허접 같은 인증이 하나 있길래 18 만원인가 내고 시험을 봤는데 합격을 했어; 동호회에 이거 땄다고 글질을 하니까 쪽지가 오드라고. "집에서 놀지말고 이력서랑 그자격증 사본 가지고 오라" 더라구. 그래서 대기업에 입사를 했어. -_-;; 뭐 물론 계약직. 물론 요즘은 이런걸로 안되겠지 아마; 이게 첫번째 이력서. 하는일은.. 설계된 PC에 이런저런 하드웨어 장비를 물리고 테스트 해서 오류를 찾아내는 일이었어. HQA 쪽이었지. 일이 재밌어서 즐겼어. 그러니 회사생활도 재밌었고. 계약직이라서 미래는 불안했지만 일 자체가 즐거워서 그런 고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던것 같애. 그리고 이 당시에 5년정도 꾸준하게 날 믿어준 애인과 결혼을 했어. 쭈욱 회사를 잘 다녔어. 근데 어느날 문득 통근버스 안에서 하루에 4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미련없이 관두기로 결정을 했어. 약간 지치기도 했고 뭐 물론 정직이었다면 쭈욱 다녔겠지. ^^ 나와서는 그냥 장사를 하고 싶었어. 트럭에서 물건 팔고 그러는거. -_- 잘만하면 그때 받은 월급만 못하겠냐 싶었지. 일주일 전에 관둔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금요일에 종료하고 집에 일찍와서 컴터 하고 있는데 당시 출산을 얼마 앞둔 아내가.. 직장 관둔것을 약간 걱정스러워 하드라구. 잘 될까? <- 뭐 이런 식으로 그래서.. 취업 게시판을 보니까. 집 가까운데서 구인을 하길래 그냥 이력서 정성스레 써서 금요일에 메일 보냈는데 월요일날 연락이 오드라. 화요일부터 나오래. 이게 생애 두번째 이력서 인거지. 조건이 있었어. 출산휴가 받아서 나가야 하는 언니 대신 4개월 정도만 일을 하는 조건 이었어. 이전직장과 약간은 비슷한 일이었는데 다른점도 많더라고. 달랑 4개월만 일하는거지만 나도 일을 편하게 하려면 사람들하고도 원만하게 지내야 하고... 또 그래야 뭔가 그사람들이 정보를 주니까. 가능한 관계를 부드럽고 온화하게 만들었어. 순전히 나를 위해서 -_-;; 게다가 작은 회사라 그런지 대기업처럼 뭔가 정형화된 업무틀이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이 되길래 몇가지는 체계적으로 도큐먼트를 작성 해두고 작업 자체를 매뉴얼화 해뒀더니 사람들이 되게 편해하고 좋아 하더라고. 이제 시간이 지나서 업무 종료시점이 되었어. 그때 문득 겁이 나드라. 웬지 장사하면 젼니 말아먹을것 같고. 그렇게 2~3일 고민많이 했었어. 근데 나름대로 마음의 정리를 마친날 갑자기 호출이 있었어. 임원이 부르더니 일을 계속 하라는거야. 정직원으로. 기뻤어. 일단 며칠후 걱정은 적어도 안해도 되니까 말야. ㅎㅎ 그래서.. 네. 그후 두번의 연봉협상이 있었고 이렇게 책정된 급료가 증권사 마케팅팀 7년차 마누라 보다 연봉이 많더라고. 지금은 기획쪽으로 자리를 잡고 팀장이 되서 몇 석사출신 팀원들과 업무를 하고 있어. 호주에서온 외국인도 있어. ;; 팀 셋업하고 처음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나 전문대 나오고 학점도 조낸 선동렬이에요. 게다가 야간을 나와서 주간엔 글을 읽지 못합니다. 그러니 잘좀 부탁 드립니다. 라고 이야기 했어. 처음엔 다들 믿지 않더라구. ㅎㅎ 난 가진게 없었어. 학벌도 없었고 또 내세울것도 없었어. 뭐 지금도... 여기와서 가끔 조언 해 주고가는  쟁쟁한 형들에 비하면 난 발가락 때 만도 못한 사람일꺼야. 또 지금 하는 일들도 그리 특별히 잘난것도 없고. 그래도 난 이제 형들처럼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될꺼야. 원대한 꿈같은건 없어 그냥 하는일을 즐기고 싶다는 20 대때의 막연한 생각들 따위를 실제 실현되도록 많이 노력하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제발 이런생각은 하지 말자. "난 니미 지잡대. 또는 캐안습 전문대를 다니므로 내인생은 막장확정." 횽들이 좋아하는것들이 분명히 있고 또 모르고 있는 잠재력도 분명히 존재 하는데 미리 앞당겨서 스스로를 결정 짓고 가두어 버리지는 않았으면 해. 그건 자기 자신의 다리를 스스로 부러뜨리는 일일 테니까. 다들 힘내 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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