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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장취업기9 - 삼성. 그러나...

김횽 2006.05.09 22:25:02
조회 1202 추천 0 댓글 13



푸른 하늘, 살랑거리는 한강바람, 맑고 따사로운 햇빛. 지하철 역에서 내린 삼성맨이 느끼는 가을 아침.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지난 7년간의 세월이 영화필름처럼 뇌리 속에 스쳐지나고 있었소. 매끈한 시설과, 모두들 똑같은 분위기의 표정, 매일 아침의 조회시간... 내가 본 삼성은 기업이 아니었소. 종교였소. 취업하려는 이들에게도,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도 말이오. 성공을 원하는 이들은 바로 구원을 바라는 이들이며, 삼성은 그들에게 노동이란 십일조를 받고 일류라는 자부심과 최고의 부를 얻는다는 믿음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그리고 한치의 벗어남에 따라 정말 합리적인 지옥불같은 연봉격차가 나며, 그것이 모두들 알고 있는 내부경쟁이란 것을 느꼈을때, 디자인의, 디자인에 의해, 디자인을 위한 삶보다 워드와 액셀통계에 지쳐갈때, 조금만 참아보자. 나의 판단을 정말 내가 믿을 수 있는가. 하지만 과연 이 길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인가. 5년까지만, 3년까지만, 올해까지만, 이번 달 까지만. 하루하루 수정하며 이미 나에게 삼성은 곧, 버티는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소. 하지만 이건 나의 느낌이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이들은 정말 실력자고 엘리트들이며,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오. 삼성이 그저 돈이 많아 월급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오. 물론 순이익이 4조가 넘는다는 기업이지만 그렇게 이익을 내기위해 수만명의 직원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겠소? 삼성은 일하는 것에 비해 연봉이 정말 적다고 생각하오. 난 그만두었소. 이 종교를 믿으면 천당가고 극락왕생을 한다고 한들, 내가 안 믿으면 할 수 없는 것이잖소? 직장 다니며 연휴를 그리워하지만, 막상 연휴가 오면 그 큰 기대는 사라져 버리지 않소? 난 운이 좋아 그 연휴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오. 그리고 이미 내 핏속에는 방송연예계와 패션에 묻혀온 자유스러움이 나도 모르는 사이 본능을 이루고 있었다고 생각하오.   오래다니면 바보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높은 연봉과 자부심에 대한 아쉬움. 참을성 없는 나에 대한 실망감. 나를 만들 수 있는 곳에 가야한다는 의무감. 사직서를 낸 아침, 버스를 기다리며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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