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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를 가야하는 이유.

ㄴㅇㄹ(121.162) 2008.08.30 13:52:26
조회 1163 추천 0 댓글 6

지방대 공대 다니는 내 친구가 그러더라구. 대학미적분 존나 쉽다고. 어제 전화통화했는데.. 나는 미적분 너무 어려워서 시험도 막 많이 틀리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다. 분명 수리가형도 제작년 88점으로 1등급 맞았는데.

그런데 이녀석은 수리가형 5등급 맞고 들어간 녀석이었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녀석이긴 했는데.. 막 내가 미적분 어려워 죽겠다고 하니까 나를 개무시하더라. 무슨 뇌가 있고없고의 차이네 공부안해도 다맞는데 그거 못맞추는 애가 ㅄ 아니냐고.

아 ㅅㅂ 역시 대학공부는 머리가 필요한건가.. 그녀석은 머리가 좋아서 맘만 먹으면 잘하는구나...하고 하루 서너시간씩 공부하고도 B+나온 내가 부끄러웠다. 혼자서 아니지. 나는 원서로 공부하니까 더 어려웠던 거야. 하고 자위질 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석한테 열등감 느낀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어제 디시에서 그녀석이 다니는 공대의 시험지를 봤다.

...

할말을 잃게 만드는 문제들이었다. 꼴랑 다항함수 간단한거 역함수 구하는거랑 개나소나 공식 하나씩만 외웠으면 맞출만한 미분과 적분. 말 그대로 고등학생 이과생이면 아무나 데려다놔도 100점맞을만한 그런 문제였다. 나는 대학수준의 미적분에 그런문제가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에는 이새퀴 잘난척하더니 ㅉㅉㅉ 이런문제 맞췄다고 잘난척한거였나 ㅄ 하고 자신감을 회복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런 수준으로 공부하는 지방대 애들은 도대체 취업을 어떻게 할까... 그 걱정이 들었다. 분명 이런수준으로 공부를 한다면 어느정도 수학 한다는 문과생보다 더 수학 못하는 공대 졸업생이 될 터였다.

 

물론, 수학이 공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사회 나가서 고급수준의 미적분을 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늘 격이 다른 공부를 하는 명문대와 지방대의 차이 때문에. 머리수준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지방대 애들이 좋더라도. 취업시장에서 격이 다른 대우를 받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대 애들이 아무리 아무리 열심히 하면 뭘 하겠는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 수준이 다른데...

.
.
또한가지 이야기는 또다른 지방대에 다니는 내 친구 이야기다. 고등학교 입학할때 영어는 좀 하던 애였다. 고1때도 수능정도의 지문을 괜찮은 수준으로 독해를 하는 애였다. 물론 녀석은 탱자탱자 놀다가 결국 집 옆에 있는 지방 사립대를 갔다.

고등학교 졸업후 2년만에 만난 술자리에서, (내가 서울에서 내려갔을때 - 그 사립대를 다니는 동창들과 만남) 애들은 토익걱정을 하고 있었다. 서로 얘기들을 하더라. 아 나 토익 700넘어야 되는데.. ㅄ아 반년공부하고도 그걸 700 못넘냐 너는 넘냐 ㅄ 난 아직 공부는 안했다 샊꺄 이런식의 대화. 분명 고등학교때는 같이 재밌게 놀았던 애들인데. 뭔가 다른세상에서 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튜사를 받기 위해서 다들 의례적으로 수능끝나고 치긴 하는데.. 800을 기준으로 얘기를 하는 대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난 토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얘기나 자랑이 될 터였다.

이왕 내려간 김에 다음날엔 도서관을 들렀다. 그 사립대 도서관이 아닌 국립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 꽤 사람숫자가 많았다. 역시 국립대라 학구열은 우리랑 별 차이 없나보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책은 죄다 9급공무원 준비, 전산자격증 이런것이었다. 복도에 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는 취업얘기, 경리 사무실 이런얘기들 뿐이었다. 몇년전 9급 합격한 선배가 알려준 팁이네 시험장에서 어쩌구 저쩌구...

문과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공부가 아니다. 아무리 지방대라도, 노력을 많이 하면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는게 고시 아닌가. 그렇지만 여기서는 분위기 차이가 나고 있었다. 아마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고, 주변 사람들이 전부 9급이나 자격증공부만 하고 있으므로 남들도 다 그러겠거니 하고 으레 그런 준비를 당연시 하는 것일 것이다. 문과에서는 분위기 차이가 이렇게 무섭구나 생각을 했다. 분명히 지방대에서 전부 사시준비나 행시, 고시등을 준비한다면, 주변 분위기도 그렇게 되어서 분명 합격자 수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다들 도전을 안한다. 이유는? 주변에서 안하니까.

...

여기 취업갤에 봐서 다들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왜 학벌 그따위것 때문에 내가 취업시장에서 물을 먹어야 하느냐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학벌은 그렇게 큰 메리트가 아니다. 대학 가리고 뽑아봤더니 다 명문대생인거 어쩌라고? 라는 인사담당자의 넋두리는 유명하다. 적어도, 한달만이라도 서울의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을 탐방해보고. 거기서의 분위기, 그리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왜 지방대생이 취업시장에서 물을 먹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공부하는 수준과 자신이 공부하는 수준을 비교해보자. 나도 나름 열심히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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