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남들처럼 야자하고 밤 늦게 까지 공부하고 했더니 운좋게 한 만큼 성적도 잘 나왔다.
밑으로 동생도 대학 다녀야 하고 해서 장학금 받을 수 있는데로 가려고 했더니 담임이 그러더라.
4년 장학금이 좋겠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직장이 좋겠냐. 유명한 대학 가라.
듣고보니 그렇겠더라. 하고 싶던 공부가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는것도 아니니 필요하겠다 싶기도 하고 우리 엄마 아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리 딸 과외 한번 안 시키고도 이 대학 갔다 라고 우쭐 대는거 보고 싶기도 하고.

대학 가니까 좋더라. 1학년 때가 제일 좋았다. 2학년 되니까 방학때 마다 애들은 외국나가고 나는 알바했다. 그래도 좋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취업할 수 있으니까. 한참 명품 붐 불어서 같은 고등학교에서 여대 간 애는 술집 다니면서 돈도 막 쓰고 방학마다 미국가고 그러는거 보면서도 나는 쟤랑은 다르다는 비뚤어진 자부심 같은것도 가지고 궁상 떨면서 살았다.

4학년 되고 취업시즌 되었는데 대기업이라고 우리학교를 다 좋아하는건 아니더라. 몇 군데 떨어지고 나니까 아차 싶고 그래서 그 때 부터 아무데나 막 넣었다. 운이 또 좋았던건지 붙긴 붙었다.
그런데 입사동기들 중에 한국에서 학교나온애가 나랑 또 한명 단 두명이었다.그 하나는 어렸을 때 살다왔고. 직장상사들이 대 놓고 무시했다. 홍차는 영국대학 나온애가 커피는 미국대학 나온애가
녹차는 일본대학 나온애가 타라는 식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얼굴만 벌개져 있다가 왔다. 그래도 대기업이고 버티기만 하면 걱정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2년 동안 일하다가 몇번인가 딱 죽고 싶어져서 그만두고 2년동안 일한거로 유학다녀왔다.
거기서도 이 딱 물고 공부만했다. 이제 한국 돌아가서 하고 싶은말 다 하면서 살아야지 하고.

그런데 왔더니 이제 내 나이가 걸린다.  대기업 더러워서 안 가고 아무데나 들어가려고 해도
좋은 대학 나오셨네요 라면서 의아한 얼굴로 쳐다본다. 그런데 여긴 왜 왔냐는것처럼.
그게 몇 십번이 되니까 이젠 미칠지경이다. 교대 간애들 보면 이제 결혼 남았다 라면서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웃고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난거 부터가 잘못된거라고 하지만,
그런거 다 본인 스스로의 열등감에서 나오는거라고 생각했는데.
28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사회에서 하라는데로 하고 살았는데
가진것 없는 부모를 탓하기엔 이렇게 낳아주고 키워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도 모자란데.
다 때려치고 정말 시집가려고 해도 유학가느라 모아둔 돈도 없고 정말 대책없다.
정말 뭐가 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