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소비의 주체로 살다가 

일하기 시작하면 이제 자기가 돈을 벌어 써야 하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는 애들도 많이 있음. 

부모가 나는 나대로 살테니 넌 니가 벌어 니가 알아사 살아라, 라는 집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거의 대부분은 부모 노후대비도 빡센 경우가 많음. 

그리고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얘도 나를 외면하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도 많고 거기에 부채감을 느끼는 애들도 많음. 

일도 힘들지, 돈은 쥐꼬리지, 거기다 그 쥐꼬리인 돈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부담감. 

이걸 태어나 처음 겪어보면 일은 더 하기 싫어지는 거임. 

단적인 예로 너도 이제 일하니까 생활비 내라, 라는 부모의 다이렉트 선언도 있을 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무리 빡대가리라도 집안 돌아가는 꼬라지는 모르지 않을 텐데 거기에 함께 발을 들여서 집안 경제를 부담할 자신이 없는 거임. 

그렇다고 난 모릅니다. 부모 인생은 부모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요. 돈 달라고 하면 나가 살테니 알아서 하쇼, 라는 인간은 

솔직히 말해서 별로 없다고 봄.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도 마음은 불편하겠지. 

그러니까 아직까진 '애' 로 살고 싶은 거임. 

자신이 멋진 '어른' 이 되는 시기는 남부럽지 않게 당당한 직장에 높은 수입에 멋드러진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인이 되는 시점이고 그 이전까지는 

일시 보류임. 

그러니 그냥 알바나 하면서 용돈이나 벌면서 괜히 툴툴 대면서 응애 나는 아직 애니까 나에게 부담 주지 마세요. 날 포기하세요. 나에게 의지 하지 마세요. 

당신들의 의지가 되어 주기엔 내 인생은 너무 소중해요. 

내 인생은 내가 다 쓰고 싶어요. 

라는 느낌이 강함. 

그러니 당연히 결혼도 싫음. 

부모에게 받은 조건 없는 지원을, 내가 누군가에게 한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이 그 자식도 자기만을 위해 살고 싶어 한다, 라는 걸 안다면 

결혼 의지가 끊기는 거임. 

애로 살고 싶음.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이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