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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소기업 직원이다

ㅇㅇ(39.115) 2025.03.16 00:17:00
조회 263 추천 0 댓글 5

나는 대기업 다니는 놈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대기업 다니는 놈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나는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야근에 특근은 기본, 박봉에 미래는 불투명한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야, 우리 회사도 나름 기술력은 인정받잖아? 곧 코스닥 상장도 한다는데… 괜찮아질 거야, 그치?”

“ㅋㅋㅋ 야, 코스닥은 아무나 가냐? ㅋㅋㅋ 꿈 깨라.”

“우리도 워라밸 지키면서 칼퇴근하고, 연봉도 팍팍 오르고, 복지 혜택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부끄럽다… 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수십 번씩 외쳐댄다… 우리 회사가 최고다! 기술력이 최고다! 사장님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넥타이 부대들이 쏟아져 나오는 강남 테헤란로의 대기업 사옥들을 본다… 언제나 그들의 표정은 어쩐지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법인카드로 스테이크를 썰고, 해외 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인재 코스프레를 할 때,

나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낡은 사무실에서 엑셀 시트와 씨름한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워라밸’, ‘연봉’, ‘복지’, ‘수평적 문화’ 따위의 단어들로 표현된다.

람보르기니 앞에 똥차처럼 도저히 상대조차 되지 않는… 완전히 다른 리그의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꼰대’, ‘야근 강요’, ‘회식 문화’ 따위의 구질구질한 단어를 읊조리며 마치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고충을 겪는 척 자기 위안을 하는 것이다.

오후 9시 반… 야근을 마치고 비틀거리며 회사 앞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잔을 기울인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입사 5년 차 과장이 ‘애사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회사는 나를 부품 취급한다는 것을… 우리는 평생 대기업 직원들의 윤택한 삶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 것을…

그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해외 연수를 떠나며 미래를 설계할 때,

우리는 월급날 카드값과 대출 이자를 갚기 바쁘고, 당장 내일모레 회사가 망할까 봐 불안에 떤다…

이렇게… 모두들 입사 첫날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쾌활하게 “위하여!”를 외친다.

과장은 술이 오를 대로 올라 계속 ‘우리는 하나다’라는 헛소리를 쉴 새 없이 지껄인다.

이때 포장마차의 낡은 천막이 젖혀지며…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대기업 직원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과장은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 듯이 이제 아무도 회사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옆 테이블 아저씨의 험담으로 바뀐다…

두 시간 후…

다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우리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포장마차를 나선다…

대기업 직원들이 아직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는 그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골목길에서

동기인지 후배인지… 누군가가 울먹이며 외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이번 달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

“내 집 마련은 다음 생에!!!”

“로또만이 답이다!!!”

어쩐지 힘없는 외침들… 텅 빈 골목길에 메아리처럼 흩어져 버린다…

만취한 과장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계속 외친다… “우린 할 수 있어!!!!”

ㅡ한때 그는 번듯한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지만, 애국심 하나로 고향의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고 한다…

“우린 할 수 있어!!!!!”

ㅡ 젊고 패기 넘치던 신입사원 시절… 그는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밤낮없이 일했다고 한다…

“우린 할 수 있어!!!!!”

ㅡ 승진 누락과 연봉 동결을 반복하며 그는 점점 지쳐가고, 이제는 희망마저 잃어버렸다…

“우린 할 수 있어!!!!!”

하늘과 같았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나를 다독여주던 과장이…

“우린 할 수 있어!!!!!”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다…

선배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는 더 이상 열정 넘치는 청춘이 아니었다…

그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 대가로…

“우린 할 수 있어!!!!!”

무엇이 선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선배는 무능한 사람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의 희생양일 뿐일까?

어쨌든 그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그의 꿈은 사라지고 빚만 늘어간다… 한때 성공을 꿈꾸던 청년 OOO는 이제 그저 술에 찌든 샐러리맨이 되어버렸다…

선배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대기업 사옥들이 보인다… 그 아래 초라하게 웅크린 내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나는 대기업 다니는 놈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대기업 다니는 놈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나는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불안, 희망 없는 미래… 그 속에서 허덕이는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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