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여자입니다.

다니던 소기업이 망해서 백수 됐습니다.

코딱지만한 5인미만 사업장이었고, 직무는 경리였습니다.

그런데 9년을 일했는데 물경력입니다. 

저 빼고 다 사장님 식구들이어서 중요한건

사장님과 사모님이 다 하시고 저는 그냥 간단한 사무업무만 했어요.

간간히 들어오고 나가는 계약직 4대보험업무처리, 

급여대장 작성, 급여명세서 작성 같은 기본 업무.

부가세나 법인세 처리라고 해봤자 영수증이랑 필요한 자료 

회계사 사무실에서 달라는대로 전달만 했고,

 홈택스에서 전자계산서 발행하는거 밖에 할 줄 모릅니다. 

장부작성 이런것도 안하는 그런 곳이라....

잡다한 비품관리, 판매물품 주문/택배처리, 

거래처별 대금청구서 작성... 이런 업무도 하긴 했는데 

기존 양식에 품명/수량/가격 입력하는 단순 문서작성이었어요.

이런 단순 업무만 9년을 하며 지냈더니 아무것도 건진것 없는 물경력이 됐습니다. 

다행히 폐업하면서도 퇴직금은 주셨네요....

지금 현재 퇴직금이랑 운좋게 멋모르고 산 미국주식이 떡상해서 이래저래 현금 1억 3천정도 모았습니다.  

딸린 식구도 없는 홀몸이라 이 돈으로 당장은 괜찮은데 앞으로가 막막합니다. 남은 인생을 이 돈만으로 버틸 수는 없으니....

기술도 없고, 자격증도 없는 물경력인데 다시 취업하려니 눈앞이 캄캄하네요.... 보통 경리분들은 기본 장부 작성도 다 할 줄 아시던데, 저는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못해서 경리 취업도 어렵지 않나 싶네요 ㅠㅠ 

저 같아도 물경력 34살 경리 뽑느니 파릇한 신입 경리 쓰겠다 싶은 생각에 취업 엄두도 안나요.... 

사실 한번 겪어보니 중소기업 경리는 미래가 없다 싶기도 하구요ㅠ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자격증을 따야할지... 뭘 따야할지. . 그냥 모든게 너무 혼란스럽고 막막 하네요...

미래에 대한 걱정에 요즘 우울증이 왔어요... 

누군가는 그래도 모은 돈이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 제 실력이아니라 운 좋게 모인 돈이라 

이 돈을 굴릴 능력이 없습니다. 그냥 까먹기만 할 뿐. 평생 제가 벌 수 있는 돈은 이 돈이 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암울해요.....

34살 여자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4년제 대졸이긴 한데 지잡대에 성적은 개판....ㅎ)

모은 돈을 투자해서 뭔가 공부라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