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리 집안은 콩가루고

아버지가 도박 중독에 바람에 폭력에 백수에 이거 저거 인간 쓰레기였다는

기본 정보를 알아두고 이야기를 진행하자

첫 출근, 그러니까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같은 거였는데

차장이 부장 면담 있을 거라고 해서 놀랐음 전혀 전달 못 받았는데 왠 면담이지 싶었음

면접 때도 그랬지만 이 사람 인상이 진짜 나치 SS 장교 같이 생겨가지고

사람 얼굴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솔직히 되게 기분 나쁨

면접 때부터 내 이력서가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자꾸 질문도

구라인지 진짜인지 구별하려고 내는 것 같은 함정 질문을 계속 던지고 하여간 맘에 안 들었는데

오늘도 전 직장에서 무슨 일 했는지 집요하게 물어보다

가족들은 뭐하고 지내냐 잘 지내냐 물어보더라

솔직히 대충 둘러대고 싶었는데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물어보는 얼굴에

'너 구라치지마 이 새끼야' 싶은 표정이 느껴져서 그냥 말해버렸음

- 아버지 저번 주에 죽었음

- 정선도박중독센터에서 폐암말기라고 문자왔었고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 온 아침에 죽었다고 행정복지센터에서 전화왔음

- 가족들 모두 무연고자 처리하기를 원해서 아버지는 무연고자로 화장 처리될 거임

- 나머지 가족도 다 흩어져서 연락 안하고 살다 이번에 연락을 다시 하게 된 거임

여기까지 말하니까 그제야 좀 미안한 표정 같은 걸 짓던데

면담 끝나고 앉아있는데 사무실 들어갔다 나오면서 부조 봉투를 내밀더라

솔직히 고맙다기보다는 이 때부터 좀 화가 나더라

그래도 윗사람이 주는거 사양하면 크게 결례라고 하니 그냥 감사하다 하고 받았지

집에 돌아오면서 봉투 열어봤는데 5만원짜리 한 장 들어있더라

안 그래도 쓰레기 같은 아버지를 위한 추모 같은건 절대 하기 싫어서 받고 싶지 않았는데 

액수도 딸랑 5만원이니까 이거 진짜 조롱하는건가? 싶더라 이런게 진짜 소시오패스라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고.. 화가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