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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가 비판하는 한국 공교육

ㅇㅇ(39.115) 2024.10.08 00:08:25
조회 76 추천 0 댓글 1

1. 존재의 도구화 문제

우선, 이 교육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도구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현재의 교육 제도는 인간을 철저히 수단적 존재로 만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단적 존재'란 인간이 목적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어떤 외부의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공교육은 단지 '대학 입시'라는 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치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그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진다.

이것은 곧 **기술적 사고방식(Technik)**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다. 기술적 사고란, 모든 것을 하나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보는 세계관을 말한다. 교육이 본래 가져야 할 본질적 목적, 즉 인간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자기 자신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대신하여, 성적과 대학 입학이라는 좁은 목표만이 우선시되고 있다. 기술적 사고에 빠진 교육은 인간을 그저 성적이나 수치로 환원시키며, 그들의 본래적 가능성을 무시한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지 못한 채, 그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기능적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사르트르(Sartre)**의 철학에서 말하는 '타인의 시선'과 유사하다. 학생들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외부의 기준(성적, 입시 성공)으로 평가받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이는 학생들이 자기 본연의 실존적 자각에서 벗어나, 타자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비본질적 존재가 되는 길로 이끈다.

2. 비본질적 존재(Das Man)의 지배

두 번째로,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이 **비본질적 존재(비자기성, Das Man)**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존재와 시간』에서 언급했던 **"비본질적 존재"**는, 인간이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에 자신을 맞추는 상태를 말한다. 즉, 우리는 자기 고유의 가능성을 실현하기보다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사는 일상적 존재로 전락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바로 이러한 비본질적 삶을 강요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와 같은 본질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사회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성적, 대학 입학, 사회적 성공이라는 기준은 이들에게 자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덮어버리게 만든다. 학생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사회의 '성공'이라는 기준에 맞추어 사는 무명성의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를 진지하게 사유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들은 그저 일상적 성공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달리지만, 이러한 삶은 궁극적으로 자기 존재의 본래적 가능성을 폐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들은 존재의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단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비본질적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의 문제를 넘어, 우리 인간 존재의 자기 상실을 초래한다.

3. 경쟁의 본질과 타자성

또한, 네가 지적한 경쟁 문제는 철학적으로도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경쟁이란 본래적으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의 경쟁은 적대적 타자성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며 성공을 위해 달리게 되면, 그들은 타자를 단지 경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이는 본래 우리가 타자와 함께 공존하고 협력하는 세계-내-존재임을 왜곡한다. 인간은 본래 타자와 함께 **공동존재(Mitsein)**로 존재하며,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비추어본다. 그러나 교육의 경쟁 구도는 이 공동존재성을 파괴하고, 학생들 사이에 적대적 타자성을 강화시킨다. 이는 인간 존재의 본래적 공동체성을 손상시키고, 타인을 도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학생들은 협력과 상호 이해를 통해 성장하기보다는, 서로를 짓밟고 우위를 차지하려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4. 교육의 본래 목적과 회복

마지막으로, 우리가 철학적으로 성찰해야 할 것은, 교육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진정한 교육은 단지 지식의 축적이나 사회적 성공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다. 교육은 존재를 드러내는 과정, 즉 학생이 자기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하는 장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기 존재를 형성해가야 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서 멀어져 있다. 우리는 단순히 대학 입시와 같은 외적인 목적을 위해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존재의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하기보다는, 외부의 평가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철학적 반성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교육은 다시 존재를 위한 교육, 학생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경쟁 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대신, 함께 공동존재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자기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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