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하이데거가 비판하는 한국 공교육

ㅇㅇ(39.115) 2024.10.08 00:08:25
조회 90 추천 0 댓글 1

1. 존재의 도구화 문제

우선, 이 교육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도구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현재의 교육 제도는 인간을 철저히 수단적 존재로 만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단적 존재'란 인간이 목적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어떤 외부의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공교육은 단지 '대학 입시'라는 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치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그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진다.

이것은 곧 **기술적 사고방식(Technik)**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다. 기술적 사고란, 모든 것을 하나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보는 세계관을 말한다. 교육이 본래 가져야 할 본질적 목적, 즉 인간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자기 자신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대신하여, 성적과 대학 입학이라는 좁은 목표만이 우선시되고 있다. 기술적 사고에 빠진 교육은 인간을 그저 성적이나 수치로 환원시키며, 그들의 본래적 가능성을 무시한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지 못한 채, 그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기능적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사르트르(Sartre)**의 철학에서 말하는 '타인의 시선'과 유사하다. 학생들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외부의 기준(성적, 입시 성공)으로 평가받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이는 학생들이 자기 본연의 실존적 자각에서 벗어나, 타자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비본질적 존재가 되는 길로 이끈다.

2. 비본질적 존재(Das Man)의 지배

두 번째로,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이 **비본질적 존재(비자기성, Das Man)**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존재와 시간』에서 언급했던 **"비본질적 존재"**는, 인간이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에 자신을 맞추는 상태를 말한다. 즉, 우리는 자기 고유의 가능성을 실현하기보다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사는 일상적 존재로 전락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바로 이러한 비본질적 삶을 강요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와 같은 본질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사회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성적, 대학 입학, 사회적 성공이라는 기준은 이들에게 자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덮어버리게 만든다. 학생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사회의 '성공'이라는 기준에 맞추어 사는 무명성의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를 진지하게 사유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들은 그저 일상적 성공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달리지만, 이러한 삶은 궁극적으로 자기 존재의 본래적 가능성을 폐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들은 존재의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단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비본질적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의 문제를 넘어, 우리 인간 존재의 자기 상실을 초래한다.

3. 경쟁의 본질과 타자성

또한, 네가 지적한 경쟁 문제는 철학적으로도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경쟁이란 본래적으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의 경쟁은 적대적 타자성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며 성공을 위해 달리게 되면, 그들은 타자를 단지 경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이는 본래 우리가 타자와 함께 공존하고 협력하는 세계-내-존재임을 왜곡한다. 인간은 본래 타자와 함께 **공동존재(Mitsein)**로 존재하며,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비추어본다. 그러나 교육의 경쟁 구도는 이 공동존재성을 파괴하고, 학생들 사이에 적대적 타자성을 강화시킨다. 이는 인간 존재의 본래적 공동체성을 손상시키고, 타인을 도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학생들은 협력과 상호 이해를 통해 성장하기보다는, 서로를 짓밟고 우위를 차지하려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4. 교육의 본래 목적과 회복

마지막으로, 우리가 철학적으로 성찰해야 할 것은, 교육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진정한 교육은 단지 지식의 축적이나 사회적 성공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다. 교육은 존재를 드러내는 과정, 즉 학생이 자기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하는 장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기 존재를 형성해가야 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서 멀어져 있다. 우리는 단순히 대학 입시와 같은 외적인 목적을 위해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존재의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하기보다는, 외부의 평가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철학적 반성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교육은 다시 존재를 위한 교육, 학생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경쟁 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대신, 함께 공동존재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자기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뒤숭숭한 시국에 기부나 선행으로 모범이 되는 스타는? 운영자 25/01/06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1993586 주말 늦점 으로 자장면 vs 라면 [1] ㅇㅇ(118.235) 24.10.20 94 0
1993584 서울에만 양질의 직장이 있다도르 취준 청년들 특징 [1] 취갤러(223.39) 24.10.20 173 3
1993578 근데 지금 취업상황이 안좋은거임??? 아는 사람있나 [3] ㅇㅇ(106.102) 24.10.20 272 4
1993576 구직사이트에 이력서 공개하면 포지션 제안 오잖아 [1] ㅇㅇ(110.70) 24.10.20 268 0
1993571 보세사 물류관리사 원산지관리사 취갤러(219.241) 24.10.20 328 0
1993570 올해 면접 8번 봤는데 마지막 하나 붙어서 왔다 [1] 취갤러(106.101) 24.10.20 240 1
1993569 중소 새끼들 인적성 볼꺼면 적어두라고 취갤러(220.87) 24.10.20 157 0
1993565 취업해야지 ..... 취갤러(106.102) 24.10.20 115 0
1993564 좆견 붙었는데 가기 vs 더존버하기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0.20 247 0
1993562 솔직히 서울도 망하는중임 [1] ㅇㅇ(106.101) 24.10.20 300 1
1993560 병신같은 전공 골랐으면 좀 달게 받아라 취갤러(223.39) 24.10.20 111 0
1993559 고래밥 800원 실화냐 [1] ㅇㅇ(106.102) 24.10.20 123 0
1993558 외국계는 스토리가 중요하대 난 몰랐다 취갤러(106.101) 24.10.20 162 0
1993557 실거주로 평택 vs 세종 닥?  [1] ㄱㄱ(223.38) 24.10.20 120 0
1993555 45여자가 30 초 반남자랑 결혼하고 싶어하는거 좀 무리수냐?  [1] ㄱㄱ(223.38) 24.10.20 148 0
1993551 취업은 빨리하는게 장땡이다 .. [3] 취갤러(123.108) 24.10.20 286 1
1993549 30중반이상인데 자가없이 원투룸 월세사는 사람도 은근 있어???  [4] ㄱㄱ(223.38) 24.10.20 165 0
1993548 2024년도 이제 한달... [1]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0.20 166 0
1993547 당근 들어갔는데 단거 땡겨서 몰티져스 싸게 샀어 ㅇㅅㅇㅋㅋ ㅇㅇ(123.213) 24.10.20 83 0
1993545 모르는 사람이랑 얘기할 때는 잘하는데 [2] 취갤러(124.49) 24.10.20 130 0
1993543 서울인천경기 집비싸다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0.20 109 0
1993542 일자리도 충청도가미래다.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0.20 208 0
1993540 서울에 왜 몰려서 그렇게 사는거야? [3] ㅇㅇ(39.119) 24.10.20 161 0
1993537 남자 나이 30살이 결혼 급한 나이야? [6] ㅇㅇ(118.235) 24.10.20 333 0
1993532 주말이 되니 기술혐오자가 늘어났구나 ㅇㅇ(211.36) 24.10.20 145 2
1993530 지피티 있어서 자소서 쓰기 너무 편하네 [1] 취갤러(61.247) 24.10.20 328 1
1993529 편도 1시간 30분 다닐만해? [2] ㅇㅇ(118.235) 24.10.20 154 0
1993528 70년대생은 MZ니 2030이니 관심없음 ㅇㅇ(223.38) 24.10.20 112 0
1993526 공대 중에는 그나마 화공 생공이 제약 쪽 가면 성비 괜찮음 취갤러(118.44) 24.10.20 298 0
1993523 아메리카노가 라떼보다 카페인 많음? 비슷? 취갤러(49.161) 24.10.20 75 0
1993522 니들 회사 업무 스트레스 어떻게 극복함...?? [4] 취갤러(118.44) 24.10.20 281 1
1993521 지잡대애들이 많이 착각하는게 [2] ㅇㅇ(106.102) 24.10.20 292 2
1993517 대학교 산학협력이 뭐임? 취갤러(118.235) 24.10.20 269 0
1993515 특이직무 있냐? ㅇㅇ(118.235) 24.10.20 87 0
1993514 회계팀 다니는 사람 질문 좀 [2] 취갤러(1.225) 24.10.20 220 0
1993513 지방대 전자공 무스펙인데 [15] 취갤러(1.215) 24.10.20 678 0
1993511 컴활2급은 운전면허라고 생각하셈 ㅇㅇ(106.102) 24.10.20 214 0
1993506 33살 남자 이력서좀 봐줘.... 하... 시발 답없다.... [5] 취갤러(118.83) 24.10.20 324 0
1993504 뉴욕대 MBA 전액장학생 경기외고 이대졸 삼성물산 취갤러(106.101) 24.10.20 171 0
1993503 연봉 2600이 사람 연봉임? [3] 취갤러(118.235) 24.10.20 322 0
1993501 사무직들은 당장 챗gpt 결제해서 써라 [3] 취갤러(1.225) 24.10.20 368 1
1993500 다단계회사인지아닌지 아는법좀 [1] 취갤러(118.235) 24.10.20 102 0
1993499 경제적여유 있는데 운동삼아 물류일용직 나왔다 이런거 구라냐?  [4] ㄱㄱ(223.38) 24.10.20 111 0
1993497 백수하는것보다 연봉 2600이라도 받는게 낫지 않냐? [2] ㅇㅇ(118.235) 24.10.20 288 0
1993496 이력서 낸 회사에서 전화와서 지금다니는회사 뭐하는지 물어봄 ㅇㅇ(222.104) 24.10.20 130 0
1993494 컴활2급 = 워드1급임? 취갤러(118.235) 24.10.20 131 0
1993493 제주도 vs 유럽 어디 가야되냐 [2] 취갤러(118.235) 24.10.20 95 0
1993492 근데 환승이직했는데 전직장보다 별로면 어떡해? [3] ㅇㅇ(118.235) 24.10.20 229 0
1993490 개발자 취업난 맞노????????? [5] 취갤러(125.130) 24.10.20 721 2
1993489 근데 일하면 인생 재미없는데 취업 왜함? [2] 취갤러(220.65) 24.10.20 128 0
뉴스 티빙 오리지널 '원경: 단오의 인연', 차주영♥이현욱 과몰입 유발 연모지정 스틸 공개 디시트렌드 10: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