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지방근무 하지마라모바일에서 작성

ㅇㅇ(39.7) 2024.09.10 18:59:25
조회 582 추천 1 댓글 0


빼빼로 데이, 그런 날에도 먼 산 언저리에 걸린 잿빛 구름을 보며 출근했다. 퇴근길에는 별빛이 희미한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그리고 회식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따라 목구멍으로 뜨겁게 역류하는 불덩어리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몇 년 먼저 취업한 선배로서, 연봉 5~6천이라고 하면 환장하고 덥썩 물어버리는 어리석은 취준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지방 근무에 대해 대충 ‘엿 같다’는 글이 몇 번 올라왔지만, 그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극악의 고통, 100명 중 85명이 겪는다는 그 고통을 제대로 서술한 장문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엊그제 익게에서 울산을 비롯한 지방근무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왔더라.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울산 같은 광역시도 아니고, 천안/포항/구미 같은 그럭저럭 살만한 도시도 아니다. 인구 10~20만 이하의 시군 지역, 산속/바닷가/논두렁에 위치한 대기업 사업소에서 청춘을 썩혀야 하는, 처참한 공돌이들의 인생이다. 시골에서 겪는 그 어마어마한 고립감과 고독, 이제부터 내가 하나하나 풀어 보겠다.입사 초기, 맛난 연수원 밥을 먹을 때는 몰랐다. 그게 고아원 가기 직전 부모가 먹여준 마지막 짜장면이었다는 사실을...

첫날 출근, 깨끗한 정장에 타이까지 매고 출근했지만, 사수라는 사람이 웬만하면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라는 충고를 했다. 현장 대리님은 입수 자세로 "너 뽈 좀 차냐?"며 험악하게 물었다. 축구에, 술에, 기운 쭉 빠지는 노래방까지... 내가 대학 때 자부하던 주량은 한 방에 무너졌다.교대근무라 주말? 공휴일? 그런 거 없다. 클럽, 나이트, 교회 다 놉이다. 근무 시간이면 무조건 출근이다. 친구 결혼식? 근무자 구하지 못하면 그냥 날려먹는다. 주말이 낀 근무 시간에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사방이 산과 들로 둘러싸인 철옹성 같은 사업소... 그 속에서 나는 점점 공허함을 느끼며, 그저 비번만 기다리며 버텼다.외로운 시골 근무의 현실. 서울에서 자라 사랑스러운 사람과 결혼할 꿈은 허황된 꿈일 뿐이다. 결혼까지 바라보는 나이 찬 여자들이나 동네 아가씨들... 상태 좀 나은 애들 찾으려 장거리 소개팅을 뛰지만, 시골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까인다. 내 동기들 중 몇몇은 서울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며, 견디다 못해 이직을 결심하기도 했다.

결혼을 바라는 어른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옆에 있어도 좋은 사람, 없으면 그리운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현실은 학벌과 직업의 벽에 가로막힌다. 취미생활? 그저 헛된 망상이다. 서울에서라면 당연하게 누렸을 문화생활과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것은 이곳에서 기대할 수 없다. 주변에는 할머니들, 아저씨들, 부장님들뿐이다.더욱 빡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태도다. 그들은 서울에 집을 두고, 목요일 회식을 강요하며 금요일 저녁이면 칼퇴근해 서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탄원서를 써도, 어떻게든 올라가려 해도, 기약 없는 기다림뿐이다.

이 글을 읽는 취준생들이여, 돈 5~6천에 인생을 던지지 말아라. 서울이나 광역시에 남은 친구들이 너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현실. 이 글을 읽고서도, 이곳의 비참한 현실을 모르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충고를 명심하라. 서울에서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로 시골로 내려오지 말라는 것을.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입금 전,후 관리에 따라 외모 갭이 큰 스타는? 운영자 25/01/20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1971266 좆소 꿈나무갤답게 ㅇㅇ(14.43) 24.09.20 126 1
1971265 백수들이 문제인 이유 취갤러(118.235) 24.09.20 123 0
1971263 무스펙인거 당당하게 쓰면서 왜 자격증 준비를 안하는거야? [2] 취갤러(112.159) 24.09.20 227 0
1971261 먹고 사는거 계속 고민하게 되는거보니 공무원 ㅇㅇ(211.234) 24.09.20 140 0
1971260 백수 중 진짜 억울한 새끼가 어디있음 거의 없어 ㅋㅋ [1] 취갤러(223.39) 24.09.20 430 11
1971259 3개월수습으로 85% 받을때도 [2] 취갤러(180.182) 24.09.20 219 1
1971258 공무원이 일반 기업보다 월등히 좋은 이유 .jpg [2] ㅇㅇ(59.28) 24.09.20 248 0
1971257 일본 취업함 [4] 123(153.208) 24.09.20 258 0
1971256 무점포자영업 vs 직장 [1] ㅇㅇ(119.207) 24.09.20 131 0
1971254 예체능으로 성공하는거 대단하긴 하다 [2] ㅇㅇ(223.38) 24.09.20 170 0
1971253 조선업으로 달려라 [9] ㅇㅇ(211.235) 24.09.20 737 6
1971251 백수 두곳 합격했는데 어디가는게 낫냐 ㅠ [25] ㅇㅇ(211.216) 24.09.20 2429 11
1971249 요새는 가수로 성공하기 어렵냐?? [7] ㅇㅇ(39.119) 24.09.20 165 0
1971248 조센징한테1원도쓰지마라한녀멸종ㄱㄱ 586멸종ㄱㄱ ㅇㅇ(118.235) 24.09.20 106 0
1971247 예체능은 진짜 하면 안되겠더라 [30] ㅇㅇ(211.234) 24.09.20 2328 28
1971246 인생 망했는데 취갤러(119.149) 24.09.20 157 2
1971244 취준 하루일과가 어떻게됨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9.20 237 0
1971242 경찰조사 받을때 무조건 내 진술이랑 하고싶은말들 다 적어가야하네... ㅇㅇ(223.62) 24.09.20 130 0
1971241 내년이면 35살인데 해고당함 [55] 취갤러(121.130) 24.09.20 3211 25
1971238 한국이 망했다고 그러는데 [1] ㅇㅇ(39.119) 24.09.20 169 2
1971237 저번 주 입사하고 떡값까지 받았는데 지금 입원해있다 (211.36) 24.09.20 142 0
1971236 ㅈ소들 ㄸ치는거 꼴사나움ㅋㅋㅋ [5] 취갤러(14.43) 24.09.20 259 6
1971235 중견 초봉 4천 면접 다니며 느낀점 .. [3] 취갤러(123.108) 24.09.20 449 3
1971233 백화점, 호텔이라도 들어가라 얘들아 [2] 취갤러(59.22) 24.09.20 296 7
1971232 토익 대학 졸업용으로 낼때 [4] 취갤러(118.235) 24.09.20 161 0
1971230 정처기랑 정보기랑 같이 들고 있음 좋으려나 ㅇㅇ(211.234) 24.09.20 133 0
1971229 안들려요 구만https:/산(117.111) 24.09.20 111 0
1971228 다들 힘내라 정병성병신발!!!!!!!!!(121.124) 24.09.20 109 0
1971226 결국 인생의주인은 구만https:/산(117.111) 24.09.20 118 0
1971225 중소도 나름 할만해 [10] 취갤러(221.168) 24.09.20 283 1
1971224 그전이랑 다른게 이상하지 구만https:/산(117.111) 24.09.20 106 0
1971223 티가날수없지 구만https:/산(117.111) 24.09.20 97 0
1971222 91년생 연봉3400 좆소5인미만 기술영업 취업했다 [2] ㅇㅇ(180.70) 24.09.20 536 6
1971221 근데도 뭐 티가나면 이상한거겠징 구만https:/산(117.111) 24.09.20 102 0
1971220 그냥 니일하면 딱히 원래 처럼 구만https:/산(117.111) 24.09.20 114 0
1971218 와 시력 좆됐네 취갤러(211.234) 24.09.20 153 0
1971215 진정한 철밥통은 공무원뿐이다 취갤러(59.28) 24.09.20 147 0
1971214 유닉스 리눅스 자격증 꼭 따야함? [2] ㅇㅇ(211.234) 24.09.20 153 0
1971210 매출규모 1000억 중소면 거쳐갈만함?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9.20 380 0
1971209 채용검진 소변검사 ㅈㄴ 노란데 채용 취소당함? [7] 취갤러(211.234) 24.09.20 264 0
1971208 나야 저게 문제는 아니라서 구만https:/산(117.111) 24.09.20 93 0
1971207 어디든.들어가서 다니면되지 구만https:/산(117.111) 24.09.20 108 0
1971206 지역민 우선채용: 응 너는 안채용 ㅋㅋ [1] 취갤러(223.39) 24.09.20 139 0
1971205 회사내에 공지시스템없이 좆목하는데 취갤러(125.141) 24.09.20 117 0
1971203 한기대 졸업하면 현실에서 ㅁㅌㅊ? [2] 취갤러(223.39) 24.09.20 235 0
1971202 강원도는 일자리 없네 [3] ㅇㅇ(106.102) 24.09.20 343 8
1971201 다들 힘내라 좆밥오크교회에서결혼한깜댕이(121.124) 24.09.20 101 0
1971199 강원도는 일자리 개같이 망했노 [1] ㅇㅇ(106.102) 24.09.20 251 7
1971198 학창 시절 제일 불쌍한 애들 특징 1 ㅇㅇ(39.115) 24.09.20 684 1
1971197 나이 40넘은 편의점 아줌마 개꼴리는데 어카지 [2] ㅇㅇ(223.39) 24.09.20 194 1
뉴스 하정우 신작 ‘브로큰’, 전세계 158개국 선판매…英 글래스고영화제 초청 디시트렌드 14: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