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 곳 취겔에서 시바 막장이 나만은 아니구나 라는 위안도 얻고, 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구나 라는 위안도 얻고, 등등해서 자주 오는 곳이야.

그래서 또 누군가가 나를 보고 위안을 얻었으면 해서 글 좀 쓴다.

난 35세야. 당근 결혼도 못했고 흔히 말하는 지잡대 나와서 백수 생활하다가 남들 하는 공무원 준비도 끄적이다가, 한 2년 회사다니다 회사망해서 나오고 쥐꼬리 만큼 번돈 다 가족들한테 날리고,

또 한 2년 백수하다가... 머 그렇게 살았어.

물론 나보다 상황 참 거시기한 사람 무수히 많다는 건 잘 알아. 암튼 그렇게 살다가 하도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면허를 땄어. 그것도 첨에는 졸라 떨어져서 시험 포기하고 1년 반 정도 있다가 다시 딴거야..ㅡㅡ;

한때는 지구가 망하길 방구석에 앉아서 기도만 한 적도 있고, 확 뒈져버릴까도 자주 생각했다. 나이 서른 넘어서 방구석에서 삐대며 부모님한테 기대서 살고 있는 놈.. 그거였지.

면허를 따고 지금 취겔에서는 다들 막장 인정하는 kt 하청업체 들어갔다. 이직이 밥먹듯 일어나고, 스트레스 졸라 받는거 다 알거야.
그래도 다니는 사람들 보면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들 많다. 돈 욕심 많은 사람은 300 이상씩 한달 수입은 되기도 하고, 나름대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 바닥은 누구나 면허만 있고 열심히 할 자신만 있으면 들어올 수 있다. 나이도 안본다. 그리고 나름대로 기술이 늘어가는 재미도 있고, 성실히 일한다면 인정도 받는다.

그리고 다 개통 건당으로 돈을 받고 그러는거는 아니야. 난 지금 A/S 를 보는데 월급으로 받는다. 물론 월 200 도 안되지만, 그래도 1년도 안되서 입에 풀칠할 정도는 스스로 번다는 것이 백수로 있는 때에 비하면 얼마나 나은지 모른다.

막장이라는 직업이지만 불과 1년 전에 내 모습하고는 많이 다르다. 나이는 먹었지, 할 줄 아는 건 좆도 없고, 자기소개서에 아무리 열심히 할꺼라고 피를 토하며 써도 아무곳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어찌 그나마 사람모습하고 살 수 있고,  친척들 와도 도망갈 필요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찾아보면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갈때까지 간 상황이라면,  들어간 곳이 정상적인 직업이라면 힘들더라도 쉽게 그만두지 못할거다. 얼마 다니다가 단지 힘들어서 그만 둔다면 아직 정말 자신이 궁지에 몰리지는 않은 모양이지.

밑에 보니까 인터넷 개통기사 한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 사람도 열심히 하길 바래. 그리고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도 조금만 더 귀찮음을 버리면 성에는 안차도 앉을 만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거야.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