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8살.
작년에 대학 졸업해서 이제 1년차로 접어든 컴퓨터 프로그래머.
근데 몇일전에 회사가 공중분해 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
안그래도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건강이 안좋으신 어머니한테 걱정끼치게 될까봐
짤렸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어서
매일 아침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복 정장차림으로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문을 나서는 내 모습이 왜이리 초라해 보이는지.
아침에 나와선 겜방으로 직행.. 구직활동을 해보지만....
내 상황은 이제 경력 1년차...이건 신입도 아니고 경력도 아니여...
신입을 요구하는 회사에선 경력1년차를 뽑게 되면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야 하니..내가 괜찮다고 해도 반기지를 않고....
경력직을 요구하는 회사들은 못해도 경력 2~3년은 되어야 면접 볼 기회를 주고...
참..답답하다......

처음 하루이틀은 누적된 많은 양의 구인정보를 헤집느라.... 퇴근시간까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일주일 가까이 매일 가서 뒤지다 보니까...
아침에 가서 두어시간이면 끝...
그러고 나면 참 할 게 없다..........
공원같은 데 어슬렁 거리고...
월미도 한번 갔다가..
아무데나 걸터 앉아서 책 보고...
정말 이게 뭐 하는 건가..싶다..........

내가 출근 할 곳이 없는 마당에..하루이틀 내에 일자리는 구해질 것 같지도 않고..
언제까지 할 일이 없어서 허송세월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용돈벌이로 간단한 알바같은거나 하면서..
알아볼까...하는 생각으로 알바 싸이트를 뒤적거렸더니
CJ에서 일4만원에 아침 9시부터 오후5시까지 1주일짜리 생산직 단기알바 구한다길래..
그거나 해볼까..싶어서 연락을 해봤어.
알고보니까 나 예전에 대학다닐 때...
CJ푸드빌에서 군대가기전에 알바한 적이 있었는데...
그쪽에 인력 공급하는 업체드라구...
내 이름말하니까 기억하드라..좀 오래 했었거든.
일은 하기루 했고....
내가 그랬지.
어차피 거기서 작업복으로 환복하고 일해야 하니까...
정장차림으로 가도 상관없냐고..
그랬더니 놀라드라 ㅎㅎ 왜 정장차림이냐고..
그래서 상황을 말했더니..딱하다면서 그래도 나보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어차피 아침에 이력서 넣고 남는 시간에 공원 같은 곳에서 쓸데없이 시간 버리느니..
뭐라고 하면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게 나을까 싶어서...하기로 하긴 했는데...
좀 그쪽 사람들 눈치가 보이는 것두 사실이다..
멀쩡히 회사 다닐 나이에...직장잃고....
생산직 현장에 정장입고 와서는...환복하고 일하는 모습...
참....내 꼴이 참 우습구나...
에혀..참 사는 게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