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사랑했던 시간들을 책에 쓰곤 했어요.

소년은 사랑했던 시간들을 책에 쓰곤 했어요.앱에서 작성

FlyMeToTheMoon

2024.04.06 00:15:10

조회 86 추천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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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영원한 건 없었어요

소년은 함께 썼던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지 못한 채

마음 한구석의 상자에 꼭꼭 숨겨 넣었어요

소년은 그 상자가 무서웠어요

당장이라도 추억이라는 괴물로 변해서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겁을 내면서, 애써 숨기며 살아왔죠

몇 년이 지났어요

소년은 더 이상 예전만큼 작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그렇게나 커 보였던,

이제는 작아진 그 상자를 열어보기로 했어요

괴물은 없었고

안에는 그 책이 그대로 있었어요

흐른 세월만큼 빛이 바랜 것만 빼고요

꺼내 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책을 넣을 때는 미처 읽지 못했던 구절이 있었죠

"그래도 소년은, 그 시간 동안 행복했습니다."

소년은 작게 미소를 지었어요

어쩌면 소년은 책의 마지막을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마주할 자신이 생길 때까지만 기다렸던 거에요

소년은 더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새로운 책을 쓰기로 했어요

오로지 자신을 위한

그런 책을요

두려워했던 지난 시간을 넘어,

그렇게 소년은 어른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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