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은지는 어느때 에도 없었다
은지의 엄마에게 은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은지의 주변인들 에게도 은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은지의 울음도 가끔씩의 작은 미소도 없었다
관찰되지 않는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지의 엄마는 존재하지않는 은지의 우주를
통제했다
은지는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졌다
매일을 존재하지 않는 은지는 또다시 태어났다
24x365x28=245280
245280시간이면 뭐라도 되고도 남았을 은지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법을 알고
누구에게도 상처입히지 않고 싶은 상냥함을 가졌고
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야무진 은지는
그래서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평범하고 행복해야 했을 은지는
존재한 적도 존재하지도 아마 존재할 수도 없기에
오늘도 은지는 어디에도 없다
단 한 순간도 은지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듯이
어렸을 때 남달리 영특했던 은지는
어렴풋이 결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은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장에만 담기로 했다
사랑이었을까 증오였을까
아님 은지는 그저 겁쟁이였을까
그래서 은지의 이야기가 세드엔딩인걸 아는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다
은지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