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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검의 언덕에서 홀로 생각했다.앱에서 작성

알록달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8 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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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에 보이는 세계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 위해서 싸우겠다고.
   이런 건, 생각할 것까지도 없었던 거다.
   협착한 자신의 세계.
   처음부터 자신이( 내가 )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이 작은 “세계”뿐이니까————



                      ————그렇다.
                                  이 몸은, 단단한 검으로 되어 있다.



   ……그래, 그래서 다소의 것에는 견뎌갈 수 있다.
   에미야 시로는, 최후까지 이 꿈을 계속 고집할 수 있다.

   ……완전히 마모되는 긴 세월.

   비록 그 끝에.
   구했던 것이, 무엇 하나 없다 해도.



「———뭐야, 그뿐이었잖아!」
「윽————!?」


   몸을 일으킨다.
   의식이 돌아온 순간, 손발은 말을 들어줬다.
   기세 좋게 일어난 몸은 아직 움직인다.
   그 검의 일격을 맞고, 살아있을 뿐 아니라 일어설 수 있는 게 불가사의하지만, 그런 건 별 상관 없다.


   살아났다면, 무언가 살아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것이, 나와 관련이 없는 것이었을 뿐.


「직전에 방패를 친 건가……? 힘을 아꼈다곤 해도, 치명상이었을 텐데.
   ———의외로 질기구나, 애송아」


「힘을 아껴……? 하, 그 정도로 산더미만큼 가지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뭘 아낀다는 거냐」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거리를 유지한다.
   쓰는 방법은 알았다.
   토오사카의 백업이 있다면, 분명 쓸 수 있다.

   문제는 영창시간이다.
   일단 암기했다곤 해도, 얼마나 빨리 자신에게 작용하게 만들 수 있는지는,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흥. 지금 그건 패자(覇者)에게만 허락된 검이다.
   흥이 났기에 보여줬지만, 본래 잡종 따위에게 쓰는 것이 아니지.
   에아와 치고 받을 권리를 가진 자는 세이버 뿐이다.
   네놈 같은 가짜에게 써서야, 세이버를 볼 낯이 없지」


   무수한 보구가 출현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부 3류다.
   아까 그 검을 본 뒤라, 격의 차이는 너무나 명백하다.


   그렇다고 해서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래, 에미야 시로를 죽이는 데에는 그걸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실력차는 변함없다.

   그 일격에서 기적의 생환을 이뤘다고 해서, 투영마술을 무기로 삼는 에미야 시로는, 저 서번트에게 대항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호오, 흉내는 끝인가. 겨우 헛수고란 사실을 안 모양이군.
   ———그렇다면 깨끗이 사라지도록 해라. 가짜를 만드는 그 두개골, 한 조각도 남기지는 않겠다————!」


   허공에 떠오른 보구가 계속해서 쏘아진다.
   그걸,
「시로……!」
   우리들 사이에 끼어든, 푸른 질풍이 흩뜨렸다.


「세이버인가……!」
   순간적으로 후방으로 뛰는 길가메쉬.
   아무리 녀석이라 해도, 세이버만은 경계하고 있다.
   검기만 보면 밀리는 녀석 입장에선, 세이버와의 백병전은 피하고 싶겠지.


「———다행이다. 무사한가요, 시로.
   그만 늦어졌네요. 이 뒤는 제가 맡겠어요. 시로는 떨어져서———」


「아니. 길가메쉬는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그쪽이야말로 떨어져, 세이버」


「뭐—————」
「————라고?」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시로……!
   그 몸으로 그의 상대를 한다고요? 아니, 애초에 마술사는 서번트에게는 대항할 수 없어요. 그건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응. 하지만 나와 저 녀석만은 예외야. 믿어줘.
   나는, 틀림없이 저 녀석에게 이길 수 있어」

   ……숨을 삼키는 세이버.
   세이버는 내 말을 믿기에, 그 진실에 눈이 동그래져 있다.


「세이버는 서둘러서 경내 뒤로 가 줘. 토오사카가 혼자서 성배를 세우고 있어. 하지만, 그걸 부술 수 있는 건 세이버 뿐이야」
「————————」
   몇 초……아니, 실제로는 1초도 되지 않았겠지.
   그녀는 딱 한 번 깊게 눈꺼풀을 닫은 뒤,


「무운을 빌어요. ———린은, 제가 반드시」

   가장 해줬으면 하는 말을 하고, 길가메쉬로부터 몸을 뺐다.


   은의 갑주가 등을 돌린다.
「세이버」
   그 등을, 딱 한 번 불러 세웠다.


「———나는, 너를 구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말했다.
   내가 그녀와 보낸 시간, 녀석이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던 시간을, 하다못해 대변할 수 있도록.


「그 성배는 네가 바라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잘 봐 둬. 다음엔, 결코 실수하지 않도록」
「————시로?」


「……미안. 말을 잘 못하겠어. 나는 네 마스터에는 어울리지 않았겠지.
   그래서————」

   네 진짜 소망을, 찾아내 줄 수조차 없었어.


「그렇지 않아요. 시로는, 제 마스터입니다」
「———세이버」
「서번트로서 책무를 다하고 오겠어요. 전하고 싶은 말은, 그 뒤에」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다.
   씩씩한 그 모습은, 일진의 바람 같았다.


   세이버는 떠나갔다.
   의심 따위 미진도 없이, 녀석에게 이길 거라 말한 내 말을 믿고, 토오사카를 구하러 갔다.



   ————자아, 가자.



이제부터 앞으로 망설임 따위 없다.
   남은 건 그저, 눈앞의 적을 타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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