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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향촌사회에서의 송시열의 사창(社倉) 운영 노력

차갤러(122.203) 2025.04.20 14:26:06
조회 77 추천 0 댓글 0

사창(社倉)은 본래 춘궁기에 곡식을 대출하여 가을에 이식(利殖)과 함께 받아들이는 민간 자치적 성격을 띤 일종의 빈민 구휼제도로서 의창(義倉), 상평창(常平倉)과 함께 삼창(三倉)의 하나이다. 본래 사창제도는 송나라 주자(朱子)의 제창으로 처음 시행되었는데...[중략]세종과 문종 연간에 실시된 사창은 처음에는 원곡을 대여하여 이식을 취함으로써 어느 정도 원곡의 감소를 막을 수 있었으나, 세조 이후부터는 그 곡식이 제대로 회수되지 못하고 관리들의 농간 등 많은 폐단이 생겨 1470년(성종 1)에 폐지되었다. 러나 16세기 이후 사족층의 토지겸병으로 인한 농민의 토지이탈과 극심한 기아현상, 의창의 환곡기능 상실 등으로 농민에 대한 적극적인 진휼정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사창제의 부활이 논의되었다. 

 

  17세기에는 사회경제적인 여러 변화 양상에 대응하여 지배층 내부에서 여러 변통론이 제기되었고, 그 중 사창제는 고갈된 국가재정을 회복하고 거듭된 재해로부터 농민의 재생산기반을 보호할 수 있는 적합한 제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조선전기 이래 사창의 운영권은 품관(品官)이나 향임(鄕任)과 같은 양반 유력자에게 주어져 있었고, 그 역할 또한 부민(富民) 중심의 곡물 취합 영역과 향임(鄕任) 중심의 운영 영역의 두 갈래로 분리되어 있었다. 여기에 신분적 차등과 공권력의 간섭까지 고려하면 사창의 취곡(聚穀)에 따르는 농민층의 정당한 이식 획득이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향호(鄕豪), 호강(豪强)으로 지칭되는 지방의 유력자들 역시 사창에 곡물을 제공하는 것을 기피했는데, 이는 사창의 성공적인 운영이 그들이 빈민을 대상으로 사사로이 행하는 식리(殖利) 행위에 크나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었다. 

 

  위와 같은 17세기의 상황 속에서 현종(顯宗) 1년인 1660년 3월 무렵 송준길(宋峻吉) 이유태(李惟泰)는 사창제의 시행을 주장하였다. 같은 해 9월 진휼대책에 대한 임금의 교지가 8도 감사에게 내려졌는데, 이 진휼 대책에 대해 당시 호조판서(戶曹判書)로 있던 허적(許積)이 재정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는지 옥당(玉堂;홍문관)에서 헌납(獻納) 김만기(金萬基), 이민서(李敏叙) 등이 허적을 탄핵하고 나오기에 이른다. 이에 현종은 사관 이광직을 보내 송시열과 송준길에게 구황대책을 자문했고, 이에 대해 송시열은

 

 

"『주자대전(朱子大全)』에 황정(荒政;구황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진달한 것이 있는데 매우 상세하고도 절실한 것이니, 신하들로 하여금 오늘날에 적합한 것을 뽑아내게 하여 거행하시면 많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중략]또 기억하건대 연전에 사인 이단상(李端相)이 호남에서 돌아와 탑전(榻前;어전)에서 복명하면서 굶주린 백성들이 고통 받는 상황을 극진하게 진달하자 선왕(효종)께서 비통해 하며 하교하시기를 ‘이와 같은 말을 들으니 무엇을 다시 아끼겠는가’ 하셨으니, 이것이 오늘날 성상께서 의당 아셔야 될 일입니다."

 

 

  라고 답하며, 주자와 이단상의 견해를 들어 구휼 대책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피력하였다...[중략]실제로 송시열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사창을 개설할 것을 권유하거나 직접 실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옥천군의창기(沃川郡義倉記)」에서

 

 

"미곡을 주자법에 따라 십이식(十二殖)으로 하여 그 얻은 것으로 부세를 충당하고 그 외의 여남은 것들은 면하게 하면 백성들이 대소호(大小戶)와 주객이 모두 공평한 혜택을 입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호(鄕豪)들의 고리대에 대한 폐단을 줄일 수가 있어서 봄에 생산하고 가을에 거두는 일이 점차 진작되어 저곡이 쌓이게 될 것이고, 그런 뒤에 주자법에 따라 사창을 시행하면 더 많은 진제(賑濟)가 될 것이다."

 

 

 라고 하여 주자의 사창제 실시를 본받아 행함으로써 백성들을 진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동시대 호서 지역의 산림인 송준길이나 이유태 또한 사창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창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송시열의 사창 실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창의 실시를 어렵게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름 아닌 모곡의 확보에 있었다. 이 시기 송시열은 사창 개설을 주도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권유하면서 여러 편의 의창기나 사창기를 남겼는데 여기서 그는 "백성들이 곳간에 쌓아둔 것이 없다"라든가 "관아에 쌀을 청하여 그 보내온 것을 본곡으로 삼았다", 또는 "(곡식을) 모으고 거두는 것이 크나큰 문제다"라 하여 늘 모곡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리하여 고입자(願入者)들의 “각자 똑같이 낸 곡식"과 진휼미의 일부(『청주청천사창기』), 또는 “遂令各出五斗租”와 영미(營米)ㆍ둔전조(屯田租)의 보조(『회덕현신동사창기』)를 사창의 모곡으로 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중략]송시열은 경상감사 이숙(李䎘)이 자신의 어려운 삶을 보고 보내 준 영미(營米) 10석을 돌려보내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이를 청천사창의 기본자산으로 기증하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 곳에 선묘(先墓)가 있는 이지헌(李持憲), 이수언(李秀彦) 형제가 자산을 내 놓는 한편, 그 친구들까지 참여하게 된다. 송시열의 사창운영방안은 주자의 의견에 따라 관에서 기본자산을 대여 받은 후, 이를 필요한 자에게 대출해주고 그 이식을 모아 본미(本米)를 관에 상환한 다음, 남은 미곡을 자산으로 삼아 매년 그 이식을 증식시켜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것이었다.

 

  이상과 같이 송시열은 회덕, 청주, 옥천, 경기도 광주 등지의 사창이나 의창의 설치를 직접 주도하거나 권유하고 조언을 해 주는 등, 사창의 실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대의 많은 이들이 사창의 실시를 주장하였지만, 송시열과 같이 다양한 지역에서 몸소 사창을 개설하며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도우려 한 사례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중략]송시열에 의해 개설된 일련의 사창 모곡은 관으로부터 대여 받지만  운영은 향촌에서 직접 시행한다는 점에서 자치적인 성격을 갖는. 이는 사창의 관리 및 운영이 관이나 부민 중심으로 행해질 경우 폐단이 생길 것을 염려했던 탓으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그는 청천사창의 발문에서 비록 자신이 모곡을 내놓았으나 이는 사적인 것이 아니므로 자손들이 함부로 유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숭정(崇貞) 갑인년에 경상감사 이숙(李䎘)이 내(송시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영미 10석을 보내왔다. 내 아직 굶어 죽을 지경에는 이르지 아니했으므로 사양했으나 이 감사는 이미 경질되어서 귀임한 뒤였으므로 보내온 쌀을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이때 조정에서는 이단상 건의로 향리마다 사창을 설립하도록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송면리는 상부(上簿)해서 백성들이 가난했으므로 사창의 기금이 되는 영미를 채워 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이 감사가 보내준 영미 10석을 주자의 사창제도에 따라서 봄 가을로 염발(斂發)하도록 약속고 마을 사람에게 이 곡식을 내주었다. 그러나 나는 신의도 부족하고 후덕하지도 못한 탓으로 나중에 일구이언할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내 자식들이 우리집에서 내 놓은 자산이라고 주장하여 사욕을 부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혹시 마을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의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것은 향리 사람들에게 큰 죄를 짓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써서 나의 충정을 천명하는 한편 이 글을 마을 사람들에게 주노라. 정사년 정월 25일 화양동주(華陽洞主) 송(宋)."(pp.65~74)

- 서흥석,「宋時烈의 鄕村活動과 社會ㆍ經濟思想」(한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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