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따라다니던 슬라임이 없자,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결국에는, 그래서,...

결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일을 벌였지만,

-

" 7..4..5....7..4..6,,2.. "

신호음이 길게 늘어진다 , 슬라임은 집에 없는건가.

집에 없다면 당연히 내 옆에서 또 나를 지켜보고 있을텐데.


" 여보세요. "

평소와는 다르게 힘들고 지친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다.

" 어.. 왜 학교에 안나오나 해서, 말야. "

나는 수화기를 쳐다보지 않고, 행정실 밖의 화단을 쳐다보았다.

계속 쳐다보면 나올것 같아서.

슬라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저기, 질문을 못들었으면..."

" 아뇨 , 잘생긴오크 . 잘들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잘생긴오크 , 당신을 더이상 괴롭히고 싶지도 않고, 계속 따라다닌다고 해봤자 나한테 이득도 없고

해서, 그리고, 나혜미가 새로운 곳을 소개시켜 줬거든요. 어차피 저는 프리랜서였으니까. "

나혜미이, 나혜미가 그랬구나.

처음 슬라임이 날 좋아한다고 전해준것도 나혜미이였고, 그 뒤에 바로 자기자신이 슬라임을 좋아한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난 내가 슬라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혜미에게도 말했었고.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뭐야, 나혜미 , 해묵은 질투같잖아.


" 말씀 더 안하실생각이시면, 끊을게요. 잘생긴오크. 지금 벌써 9시가 다되가는데, 학생들이 기다릴거에요. "

" 아니, 저, 오늘은 1교시 수업이 없어. 그러니까, 잠깐만... "

" 잠깐만? "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할말을 생각했다.

" 잠깐만, 더 통화를 하자. 난 난말이지 , 잠깐만 더... 슬라임, 너랑 더 통화하고 싶어. 나랑 통화하기 싫다면, 그냥 내 말만 들어줘도 돼. "

슬라임은 잠시 동안 말을 멈추고 생각하는 듯 했다.

" 통화로 할것 없이,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어차피 아직 거기서 절 부르지도 않았고, 잘생긴오크, 당신도 1교시 수업이 없다고 했으니까.


꼭, 저랑 말하고 싶으신모양인데.. "

" 오늘은 전부 수업이 없다고 해도 그렇게 실망하지 않을것 같으니까,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

그순간, 행정실 문이 열리고, 나혜미가 들어왔다.

" 왜 여기까지 와서 통화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군. 잘생긴오크 , 어차피 슬라임은 여기 다시 안올테지만. "


나혜미가 조소를 머금었다.


" 왜, 그렇게 널 따라다니던 그림자 같은 사람이 없어져서 속이 후련할줄 알았는데, 아닌가봐? "

나혜미가 전화코드를 밟아 빼버렸다.

" 갑자기 끼어들어서 뭔짓이야. "

" 갑자기 끼어든건 잘생긴오크 , 바로 너야. "

" 무슨 소리야. "

" 내 인생에, 내 사람에게 끼어든건 바로 너라고. 잘생긴오크. 불평하지마. 처음부터 슬라임은 내 소유라고 계속 생각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