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보면 집에서 게임하고 멍 때리는 백수보다 쿠팡 가서 일이라도 하는 게 겉으로 보면 훨씬 나아 보임.

근데 진짜 문제는, 그게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이 아니라 ‘쟤보단 낫지’라는 비교 위에 세워진 위로라는 점임.

“그래도 백수는 아니잖아”, “그래도 난 돈은 벌잖아” 같은 말로 하루를 넘김. 자기보다 더 바닥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안도함. 그 순간 생각이 멈춤. 멈춘 상태로 위로하면서 그냥 살아냄.

단순노동은 미래를 안 만들어줌.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음. 오늘 쓴 체력값으로 그날 돈 받고 끝남. 남는 건 피로뿐.

하루종일 게임만 하면 ‘이러면 안 되지’ 같은 자책이라도 남음. 근데 단순노동은 피곤하다는 이유 하나로 그런 자각도 사라짐. “그래도 일했잖아”는 생각만 남음.

샤워하고 앉으면 개운하고, 통장에 몇만 원 생기면 괜히 하루 잘 산 것 같고, 그 감정이 스스로를 더 속이게 만듦.

당장은 버틴 것 같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쌓인 것도 없고 바뀐 것도 없음. 경력도, 실력도, 방향도 없음. 근데 문제는 그걸 인식조차 못함.

“나는 백수보단 낫지”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고 그 자리에 눌러앉음. 근데 냉정하게 보면 낫지 않음. 단지 죄책감이 없다는 이유로 착각 속에 사는 것뿐.

적어도 착각할 건덕지라도 없는 백수가 더 나을수도 있는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