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집에서 멍 때리고 게임만 하면서 시간 날리는 백수보단 그래도 쿠팡에라도 나가서 단순반복이라도 일하는 게 겉보기엔 훨씬 나아 보인다.

근데 문제는, 특정 시기에 진짜 중요한 고민들, 
예를 들면, 정상적인 직장으로의 취업, 미래 커리어 설계, 삶의 방향 같은 걸 전부 제쳐두고, 그냥 “오늘도 일했으니까 최악은 아니었어” 식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 집에서 의미 없이 시간만 때우던 백수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차라리 백수짓으로 하루를 낭비하면 스스로도 ‘이러면 안 되지’ 하고 죄책감이라도 든다.
근데 쿠팡은 몸을 극한으로 써야 하는 곳이다 보니까, 퇴근하고 와서 샤워하고 앉으면 고단함이 밀려오고, 괜히 오늘 하루 뭔가 제대로 산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더 무섭다.

본인의 삶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자각조차 어려워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일당 10만 원 남는 게 현실이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봐야 할 건 오늘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앞으로 십수년을 어떻게 살아갈 건지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 0이라도, 미래에 돌아올 이익이 크다면 그게 정답이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는 지금도 0, 미래도 0이라 스스로가 잘못됐다는 걸 명확히 느끼게 된다.
근데 쿠팡 알바는 지금은 +10인데, 미래는 여전히 0이니까 문제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무서운 거다.

“일이라도 했으니 백수보단 낫지”
“몸을 썼으니 의미 있었던 하루지”
이런 식으로 자기 위안하고 하루를 넘기면,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보다 조금 나아 보일 뿐 본질적으로는 똑같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다.